‘불합리한 규제 개혁’은 시공(時空)을 떠나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다. 규제 혁파야말로 숨죽인 경제를 되살리고 적폐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길이다.

인천만 하더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살길을 찾아 지방으로 떠나는 향토기업만도 매년 부지기수다.

지역 정재계와 공직사회는 마냥 규제 혁파를 외칠 수 없는 노릇이다. 법의 족쇄에 물려 있는 현실과 피해 볼 다른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본보는 타파해야 할 규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심정으로 점검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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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외국대학이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인천글로벌캠퍼스<기호일보 DB>
# 인천글로벌캠퍼스 내 A외국대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큰 종합공립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대학 캠퍼스도 역량 있는 본교 교수진을 국내로 초빙해 기술경영·컴퓨터과학·기계공학·패션디자인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은 국내 직장인과 학생, 일반 성인 등은 일체 접할 수 없다. 시민들에게 교육과정이 열려 있는 국내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A대학은 최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과정과 영어캠프 과정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이곳의 B외국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직장인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산학 연계 과정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관련법에 따라 무위로 돌아갔다. B대학은 커뮤니케이션·심리·영상·도시계획·공중보건·생명의료정보 등에 특화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갖고 있다. B대학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을 위해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내놓은 관련 정보통신기술(IT) 자격인증 과정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관련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대학의 현주소다. 오죽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별칭이 ‘인천경제규제구역’이 됐을까. 경제자유구역에 순수 국내 기업은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역차별이야 해묵은 얘기가 됐지만 유수 대학들이 산학 연계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대학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산업교육과 산학연 협력을 틀어막는 족쇄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다.

이 법은 산업교육을 하는 산업교육기관 중 고등교육기관으로 국내외 대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도시의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 대학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인천경제자유구역 안 외국 대학에는 등록한 학부생과 대학원생만 오갈 뿐 그토록 중요하다고 외쳤던 ‘산학 연계’는 애당초 불가능한 구조였던 셈이다.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다. ‘산학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2항에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외국 대학을 포함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교육부와 경쟁 관계인 국내 대학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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