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2.8→ 2.7%), 설비투자 증가율(3.3→1.5%), 건설투자 증가율(0.8→ -0.1%), 취업자 증가(32만 명→18만 명) 목표치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분배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하위 20%의 가구 소득은 8% 줄었는데, 상위 20%에선 9.3%가 늘어났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은 3%를 넘어 4%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며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친노조·반기업 정책이 만든 결과다. 신기루와 같은 ‘소득주도 성장론’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 영역의 ‘분배정책’과 경제 영역의 ‘성장정책’을 혼동·혼합했으니 죽도 밥도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차별적인 시장 개입도 상황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특히 정부의 가격통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악수(惡手) 중의 악수다. 높은 실업률과 내수 침체의 상당수 문제도 이러한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낮추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균열이 생기면서 ‘공급량의 감소로 실업률이 늘어나고, 이후 품질까지 떨어지며 소비자에게로 손실이 전가’된다. 가격구조에 ‘직접적으로 개입(독점 제외)’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임대료 인하는 상가건물의 공급 확대를 통해, 민간기업 상품가 인하는 혁신의 결과로 이뤄져야 탈이 없다.

 최근 대통령이 ‘혁신성장과 규제철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것이 진심이라면 지금껏 고수해온 정치적 경제정책은 포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지지 세력과 이익단체의 노선에 반하는 ‘친시장·친기업’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시장원리와 경제 자유도’를 개선하는 것까지 포함된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결기가 부족했는지, 공무원 조직이 안 움직였는지 몰라도 두 차례의 보수정권에서도 결국 립서비스로 끝난 미션임파서블의 개혁과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처럼 진보정당 출신의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단 잘못된 건 뒤집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