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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인천시 도시공원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신도시 건설이 한창일 때라 신도시와 원도심의 공원 설계안이 다수 도시공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전문가와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인지라 안건 하나하나가 통과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래서 근린공원처럼 규모가 좀 큰 것이나 특이사항이 있다고 위원들이 판단하는 공원을 주로 논의하고 나머지는 서면으로 의견을 내기로 했었다. 서면으로 의견을 내는 공원들은 규모가 작은 어린이공원이 많았다. 법률에 따르면 근린공원은 근린생활권 내 거주자의 보건, 휴양 및 정서생활을 위한 공원으로 1만㎡ 이상 크기의 공원이고, 어린이공원은 어린이의 보건 및 정서생활 향상을 위한 공원으로 1천500㎡ 이상 크기로 근린공원보다 규모가 작으면서 도시 구석구석에 배치되는 공원이다. 근린공원보다 작은 공원이 왜 어린이공원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대학을 다닐 때 배웠던 기억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유추해보면 미국에서 공원 배치 이론이 개발될 때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공동체가 구성됐는데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거리를 500m로 가정했고 그 거리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치하듯 근린공원을 배치하는 개념으로 근린공원이 생겨났다.

그리고 근린공원 사이사이 250m 간격으로 어린이공원을 배치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공원 분류의 기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린공원보다 작고 시민생활에 더 가까이 있는 공원이니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라는 뜻일까? 1960∼70년대 공원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어린이날 운영이나 어린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린이를 배려해서 생긴 것일까? 하여간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 잠시 쉴 수 있는 소규모의 공원을 어린이공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여간,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어색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도시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토지가격도 비싸고 공원을 만들 여유 부지를 찾기도 어렵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어린이공원이 도시 구석구석에 위치해 도시에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멀리 있는 큰 규모의 공원보다 내 집앞에 있는 어린이공원이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시민들에게 더 큰 효용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도시에서 큰 규모을 갖는 공원은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중요하게 관리되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공원인 인천대공원, 월미공원, 송도센트럴파크 등이 이런 공원들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동네마다 있는 어린이공원은 설계 과정부터 시공, 관리, 운영에 있어서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많은 설계안들은 단순하다. 큰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어 시민들의 크고 작은 요구를 받아주고 도시민의 스트레스를 일부 풀어 주는 숨통 같은 소중한 공간이 너무 소홀히 설계되고 시공되고 운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명,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고 법에서 정한 어린이의 보건과 정서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주제를 붙이고 나면 다양한 지역의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설계가 어렵다. 어린이공원인데 어르신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많이 설계한다면 일반 시민들은 크게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법에서는 공원의 크기나 이용 거리를 제한하지 않은 공원을 소공원이라 하여 새로운 구분을 두었지만 기존의 어린이공원을 종합 정비해 유형 구분을 다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새로운 제안을 한다면 근린공원보다 규모가 작은 공원을 소공원으로 재분류하고 특별히 어린이를 위한 공원을 만든다면 이를 주제공원의 하나로 어린이공원으로 재분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어린이를 포함해 지역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소규모 공원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공원 분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야 시민생활 가까이에서 공동체의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인 아기자기한 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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