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야구기자 레오나르도 코페트는 그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에서 타격의 정의를 ‘두려움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벌러덩 넘어진 타자가 다음 공을 맞이할 때는 사람인 이상 두려움에 몸이 굳을 수밖에 없다. 최고시속 150㎞를 넘나드는 야구공은 그만큼 위협적이다. 프로선수이기에 "야구공이 무섭다"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지만 경직된 자세는 타격 부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몸에 맞는 공 127개’로 현역 선수 공동 2위인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사진)만큼 투구에 많이 맞아 곤욕을 치른 선수도 드물다. 200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하면서 주전 자리를 꿰찬 추신수는 2009년 몸에 맞는 공 17개로 상대 투수들의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10년 11번이나 맞은 추신수는 2011년 6개에 그쳤으나 그해 6월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투구에 맞은 왼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돼 두 달가량 결장하기도 했다.

2012년 14번 맞은 추신수는 2013년 26번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2014년 12번, 2015년 15번에 이어 2016년 7개로 줄었으나 공에 맞은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 등으로 출장경기가 48회에 그쳤다.

그러던 추신수가 2017년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149경기를 뛰며 타율 0.261, 22홈런 78타점으로 재기에 성공한

추신수가 몸에 맞은 공은 7개뿐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올해 24일(한국시간)까지 94경기에서 5번밖에 맞지 않았다.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는 동안에는 단 한 번만 공에 맞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추신수가 몸쪽 공에 약한 면을 최근 보완했기 때문에 몸 맞는 공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허 위원은 "그동안 추신수가 몸쪽에 다소 약한 면을 보였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하면서 공에 맞는 경우도 많았다. 저스틴 마쇼어 타격 보조코치의 조언을 받아 지난해부터 몸쪽 공 대처 능력이 향상되면서 상대 투수의 몸쪽 승부가 줄어들어 공에 맞는 확률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오른발 끝으로 지면을 두드리며 타이밍을 맞추는 ‘토 탭’ 스텝을 사용했는데 상체가 홈플레이트 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있었다. 올해는 다리를 살짝 드는 레그킥으로 바꾸면서 이 같은 약점이 상당히 보완됐다"고 덧붙였다.

‘사구의 공포’에서 벗어난 추신수는 잠시 멈췄던 출루 본능도 다시 깨웠다. 추신수는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현역 메이저리거 최장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을 썼지만 22일 클리블랜드전 4타수 무안타로 기록 연장에 실패했다.

그러다 23일 볼넷으로 출루를 시작한 데 이어 2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경기에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 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날 1타수 1볼넷 1사구 1삼진을 기록한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288에서 0.287(363타수 104안타)로 내려갔고, 텍사스는 3-15로 완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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