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 창비 / 2만2천 원

2018072501010013171.jpg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그림책의 성취’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57회 한국출판문학상을 수상한 안녕달 작가의 신작 「안녕」이 독자들과 만난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작가 특유의 감성과 극도로 절제된 대사, 시처럼 감각적인 이미지 구성으로 과감하게 펼쳐 나가며 독창적이면서도 감동적인 그림책을 선보인다. 만남과 이별을 뜻하는 인사말 ‘안녕’을 모티브로 삼은 이번 작품은 소외된 이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빛나며 삶과 죽음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한다. 광활한 우주 속 어느 별에 사는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는 별은 오래되고 버려진 사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거리에서는 엄마와 아이처럼 보이는 찻주전자와 찻잔들, 늙은 부부 같은 다이얼 전화기, 친구와 손잡고 다니는 초등학생이 떠오르는 크레용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사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이 별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반려동물 가게 ‘지구별 강아지 나라’ 앞에서 버림받은 개를 만난다.

 안녕달 작가는 특유의 감성과 유려한 연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극도로 절제해 독자가 그림 한 컷, 한 컷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만든다. 그림의 언어만으로 가능한 서사를 펼쳐 보인다. 또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우주 속 공간인 별을 마치 인간 세상을 들여다보듯 묘사해 낸다. 별에서 살아가는 사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작가의 세심한 인물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세계는 한층 더 깊고 넓어졌다. 소시지 할아버지, 개, 폭탄 아이, 불, 그리고 곰 인형까지 모두 홀로 있는 존재다. 작품 속에서 이들이 모두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머나먼 우주의 별과 별 사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그들은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조용히 안부를 나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희로애락이 아름답고 강렬한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안녕」은 밤하늘에 존재하는 작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아주 잠시, 빛나는 사랑을 두 손에 정성스레 담아 우리 앞에 내민다. 세상을 살아가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인생 우화
류시화 / 연금술사 / 1만6천 원

2018072501010013170.jpg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됐다.

우화는 두 천사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지혜로운 자는 줄고 어리석은 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것이 걱정된 신은 두 천사를 불렀다. 그 중 한 천사에게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에 고루 떨어뜨리라고 말한다. 두 번째 천사에게는 지상에 있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일렀다.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상에 내려보내기 위해서다.

문제는 두 번째 천사였다. 어느 곳을 가든 어리석은 영혼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자루에 넣으려 하면 몹시 저항하며 발버둥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자루가 가득 차자 천사는 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올랐다. 산 정상을 가까스로 넘는 순간 무게 때문에 휘청거렸고 나무에 찔려 자루 밑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자루 안에 있던 영혼들은 일제히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세상의 모든 바보들이 한 장소에 모여 살게 됐다.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알에이치코리아 / 1만3천800원

2018072501010013169.jpg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질 높은 원화와 함께 앨리스의 목소리로 셰익스피어의 인생철학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앨리스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나의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할래’ 등 수많은 인생 명언을 남겼던 셰익스피어의 명대사들 중에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담았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고,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언제인가부터 삶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잊고 인생의 미로 속에 갇히기도 한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난관 앞에서 특유의 긍정을 발휘해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환상적인 스토리와 삶에 관한 철학적인 메시지로 오랜 시간 사랑받은 앨리스. 삶이 아름다운 동화와 같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이상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앨리스는 따뜻하진 않지만 삶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으로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