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현 경영학 박사.jpg
▲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 사장
# 전략적 선택의 시기

 전략은 지금은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최초로 국가 경영에 사용한 인물은 우리가 흔히 손자(孫子·BC 6세기, 오나라)로 볼 수 있다. 전국시대의 7웅(雄) 중 하나인 합려(闔閭)를 도와 지금의 중국 소주(蘇州)지역의 오(吳)나라를 강대국으로 키운 배경이 바로 전략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으로 알려진 손자의 생각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것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이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 전쟁에서 위태롭지가 않다는 생각인데 ‘知彼知己 百戰百勝’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고구려는 AD 598년 수나라 전쟁과 AD 644년 당나라 침공을 막는 자랑스러운 전공을 올렸으나 이 같은 70년 전쟁의 후유증으로 삼국시대의 통일전쟁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던 신라에게 AD 668년 패해 역사에서 퇴장한다.

영국 또한 1800년대 이후 세계의 주요한 패권 전쟁에서 한번도 져 본적이 없으나 전쟁의 후유증으로 지금은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손자는 전략의 요체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부전이승(不戰以勝)’을 최고의 전략으로 판단한 점은 현대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미국 역시 1776년 영국으로 독립한 이래 한 차례의 전쟁에서도 져 본적이 없는 세계의 최강국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인명 희생에 따른 민심이반 등으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는 것을 보면 백전백승이 반드시 좋은 전략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 미국의 전략 변화

 1900년대 초반의 영국처럼 패권국의 지위를 힘겹게 유지하던 미국에 구원투수로 2017년 새롭게 등장한 트럼프는 동맹국에게는 미군 유지에 필요한 방위비 분담과 동시에 동맹관계 유지를 위해 적대국과 양다리 걸치기에 대한 철저한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적 우위는 물론 군사력으로도 압도적 세계 패권국인 미국 역시 백전백승의 전략으로 버티기엔 녹녹지 않은 벅찬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은 기존의 미국 대통령의 전략과 현저히 다른 것은 적성국에 대한 응징에 앞서서 동맹국에 대한 전열을 정비해 군비 분담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양다리 걸치기 전략으로 이란, 시리아 등 적성국과 음성교역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 프랑스, 독일 등 동맹국의 일탈행위를 견제하는 양동작전으로도 볼 수 있다.

# 통나무 돌리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협상 원칙의 핵심 부분은 ‘log rolling(통나무 돌리기)’으로 통나무 돌리기에서 먼저 떨어지면 지는 어린이 놀이에서 유래한 협상방식인데 전통적으로 북한이 자주 사용하던 ‘벼랑끝 전술’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작전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통나무 돌리기에서의 강대강(强對强) 대치는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의 실패가 예상될 수밖에 없어 보이며 섣부른 정치평론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작전에 말려 들어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이라는 섣부른 분석도 존재한다.

 손자가 2천500년 전 분석한 백전백승은 부작용이 많아 좋은 결과에 이르기 어렵다는 지적대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벼랑 끝 대치로 이어져 결국은 힘의 대치 상태로 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아직은 조금 섣부른 감이 있으나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남북관계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지금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서 구경꾼 같은 초라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손자의 지적대로 부전이승(不戰以勝)할 수 있는 미국, 북한, 한국의 전략적 국제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 전략 선택에서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를 곰곰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남녀 간,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극을 이루고 있는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의 첫걸음은 자기 발견을 통한 국론통합으로 보인다. 가끔은 유행가 가사의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겠는가?"가 실없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