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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조인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해 몇 단계 고비를 거쳐 휴전에 이르렀다. 그 중 대표적인 큰 고비는 1950년 9월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 10월 중공군의 개입과 38도선 이남의 재침 그리고 이른바 1·4후퇴, 그리고 1951년 3월 유엔군의 서울 재탈환 때이다. 이후 유엔군은 3월 말 38도선에 도달했으나 이후 전선은 현재의 휴전선 인근에서 교착됐고, 이 상태에서 휴전협상이 진행돼 장장 2년을 끌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이뤄졌다. 그 결과 우리는 현재 휴전체제를 달리 표현해 정전체제에 살고 있다.

 휴전협상에서 주요 의제는 군사분계선 획정, 휴전감시기구 구성, 전쟁포로 송환 문제였다. 전쟁포로 송환 문제는 휴전협상에서 협상자 양측에게 매우 중요하게 인식돼 다른 두 문제가 매듭지어진 후에도 휴전을 1년 이상 지연시켰다. 그 까닭은 유엔군 측이나 공산 측에게 포로 송환 문제가 전쟁포로를 그들의 출신 국가로 돌려보낸다는 단순한 ‘포로 송환의 문제’가 아니라 송환 대상 포로들이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공산주의체제 중 어느 체제가 더 좋은 체제인가를 보여주는 ‘우월 체제 판정의 시금석’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후 전쟁포로를 송환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당연할 법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영국과 미국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포로를 송환해야 했으나 소련은 전쟁포로로 자국의 노동력을 충당하려는 목적에서 포로를 송환하지 않았다. 1949년 체결된 제네바 협약에 의하면 전쟁포로는 인도적으로 대우돼야 하고 적대행위 중지 후 지체 없이 송환돼야 했다. 그리하여 유엔군 측(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 후 포로 송환경험과 제네바 협정을 참작해 자원자 송환 원칙을 추진하고자 했고 공산 측은 모든 포로의 송환 원칙을 주장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됐다. 유엔군 측은 자원자 송환 원칙이 공산 측의 반대에 부딪히자 중립국에 의한 포로의 자율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우여곡절을 겪어 1953년 3월 30일 부상병 포로 교환 안이 타결되고, 6월 8일 송환 거부 포로 관리안을 포함한 포로교환 협정이 타결됐다. 송환을 거부하는 포로관리를 위해 폴란드, 체코, 스위스, 스웨덴, 인도에서 파견한 같은 수의 인물로 중립국송환위원회를 구성해 그들의 정치회의에서 송환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한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전쟁 때 공산 측 전쟁포로는 북한군과 중공군 그리고 한국 민간인 억류자로 약 17만 명이었다(조성훈, 「한국전쟁과 포로」, 선인출판사, 2010). 그 가운데 한국 민간인 억류자 3만9천여 명은 유엔군이 석방(1952년 6월~10월)했으므로, 공산 측 북한군과 중공군 순수 포로는 약 13만1천 명이었는데 그 중 8만3천여 명은 북한이나 중공으로 송환을 희망했고 나머지 4만8천여 명은 북한이나 중공으로의 송환을 거부했다. 송환을 거부한 포로 가운데 약 2만7천여 명이 1953년 6월 18일 행해진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조치로 석방됐고, 2만1천여 명이 중립국송환위원회에 이송돼 송환을 거부해 석방됐다. 이 통계대로라면 공산 측 포로의 약 37%가 송환을 거부한 것이다. 송환을 거부하고 제3국행을 택한 포로는 88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77명이 북한군, 12명이 중공군, 2명이 국군 출신이었다. 이들 송환거부 포로는 공산주의 체제의 북한과 중공 대신 민주주의 체제의 한국과 타이완을 선택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위임을 입증해 줬다.

 공산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하자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1989년 쓴 그의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1989) 경제적·정치적 자유주의의 승리를 확인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후 송환을 거부한 반공포로는 그보다 한 세대 앞선 1953년에 이미 공산주의 체제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좋은 체제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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