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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
싱가포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도 40여 일이 경과하고 있다.

 이 기간 평양과 판문점 등에서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여러 가지 사항을 이행하고 실천하기 위한 여러 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평양을 직접 방문해 김영철 부위원장과 3차례의 고위급회담을 가졌으며, 미국의 ‘성 김’ 필리핀 대사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북한의 외무성 부상인 최선희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과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가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장성급 대표들은 지난 15일 9년여 만에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고,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거나 사망한 미군의 유해발굴 및 송환작업을 11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런 합의에 기초해 익일인 16일에는 실무회담을 갖고 유해 송환과 관련한 세부 절차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했다.

 이로써 한동안 ‘6·12 싱가포르 합의’가 허공(虛空)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북한에게 핵을 개발할 시간만을 벌어주는 공허한 약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나 비판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됐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서 밝힌 한국전쟁 당시 실종되거나 사망한 미군유해의 발굴이나 송환 합의는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활발하게 이뤄질 대화의 불꽃을 되살리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입증해 주고 있다. 즉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관련 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천300명의 돌아오지 않은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현장 작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양국관계 개선에 매우 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국을 위해, 그리고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 전사한 미군 장병들에 대해 "단 한 명의 장병도 적진(敵陣)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방침을 직접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유해(遺骸)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부가 오랜 기간이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결코 잊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애국심 발현의 정책 의지를 실현하는 의미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으로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약속한 사항을 ‘말이 아닌 실제행동’으로 보여주는, 좋은 살아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측 입장에서는 미군 유해 1구(具)를 미국 측에 송환할 경우 받을 것으로 보이는 비용이 3만5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반사이익(反射利益)’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이번 미군유해 송환 및 발굴 합의는 미국과 북한 간 앞으로 이뤄지게 될 협상과 대화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조성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상당수의 미군 유해가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에 묻혀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의 유해발굴 허용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표(證票)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국 간 합의사항을 이행하는데 가장 큰 관건(關鍵)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번 유해송환 합의를 계기로 어떻게 탄력을 받아 구체적, 세부적으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이번 유해송환 합의로 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길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성실하고도 진정성 있는 상응하는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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