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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평호 부천원미경찰서 원미지구대장 경감
탄력순찰은 지역주민이 원하는 장소·시간대에 경찰에게 순찰을 요청하면 그에 따라 경찰의 순찰 노선이 반영돼 실행하는 것으로 기존의 일방향적 경찰 활동을 주민 요구사항에 맞춰 양방향식 소통을 병행하는 주민 밀착·맞춤형 치안시스템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인질사건이 그러했고, 최근 발생한 경북 영양 경찰관 살해사건에서 보듯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양상을 보자면 지금까지 펼쳐 왔던 일반적 경찰활동 내지 첨단 과학으로는 예방 및 효율적 대처가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불시에, 그것도 합리적 예상치를 벗어난 상황과 겨를도 없이 발생하는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속수무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가능성이 보인 일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지구대의 경우,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으로서 수도권 여느 지역과 다르게 보다 주민 접촉, 밀착이 쉽게 이뤄진다. 이를 테면 "집 앞에 비행청소년들이 자주 모인다. 옆집 누가 어떻다더라"하는 식의 주민들 목소리와 그걸 자주 듣게 되는 경찰관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경우인데 자연스레 양방향 소통형 탄력순찰로 이어진다.

최근 지역주민으로부터 듣게 된 이웃 조현병 환자의 난폭한 행동을 인지하고 있다가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출동해 현장 조치를 해서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고 격리 입원을 시키는 등 효율적 대처를 한 사례가 있었다.

고화질의 방범용 CCTV가 이곳저곳 설치되면서 강력범죄 발생은 큰 폭으로 줄었고,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먼저 CCTV 영상이니, 첨단과학 감식이 무조건 해결해 주는 것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장비가 아니라, 사명감으로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가며 오랜 시간 영상을 보는, 첨단장비의 절대적 힘이 아닌 그것을 분석하고 심려를 거듭하는 경찰관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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