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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덥다. 요즘 사람과 만나 나누는 이야기가 단순해졌다. 북미관계도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뒷전이다. 덥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언론은 1994년 이후 최고의 폭염이라고 자료를 제시하지만 지나간 경험이다. 작년 여름도 끔찍하더니 올해는 작년을 찜 쪄 먹을 태세다. 대기권의 온실가스 농도가 점점 심각해진다는데, 이 폭염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면 내년은 얼마나 두렵게 다가올까?

 환경활동가는 지구 평균 기온이 100년 전에 비해 섭씨 1도 정도 올랐다는 걸 상기한다. 겨우? 하지만 10여 년 전, 0.7도 정도 평균 기온이 상승했을 때, 태풍이 2배 이상 강력해지고 자주 발생할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했다. 요즘 기상이변은 세계적으로 일상화가 됐다. 최근 일본과 중국에 퍼부은 빗물은 도시를 저주하듯 휩쓸었다는데, 우리나라는 시방 참기 어렵게 덥다.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이 포함된 지역의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높아 섭씨 1.5도가 상승했다고 기상학자들은 주장한다. 얼마나 뜨거우면 단단하고 두꺼운 고속도로 노면이 솟구쳐 일어날까? 열팽창 현상에 대비해 콘크리트 고속도로는 안전 간격을 마련한다지만 이번 폭염은 설계자의 예상을 뛰어넘었나 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호주의 고속도로는 아스팔트가 녹아 타이어가 들어붙고 박쥐가 나무에 달라붙은 채 삶은 듯 떼로 죽는 일이 벌어질 정도라고 한다. 월드컵 경기가 열기를 뿜을 때 러시아 북쪽에 거대한 산불이 번져 영구 동토층이 녹아들었고 섭씨 50도 가까운 폭염이 몰아친 미 캘리포니아 인근, 캐나다 오타와와 몬트리올에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알제리 사막은 50도를 오르내렸다는데, 4년 뒤 카타르에서 개최될 월드컵은 괜찮을까? 살인적 폭염을 피해 11월에 개최하므로 다행일까? 11월 하순에도 40도를 오르내릴 거라던데, 에어컨을 총동원해 관중석을 시원하게 해도 90분 이상 그라운드를 달릴 선수들이 걱정이다. 돈 많은 프로 축구선수를 걱정할 때가 아닌가?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유아원생이 사망하는 우리나라가 아닌가.

 농촌과 도시의 노인 빈곤층에서 열사병 사상자들이 속출한다고 언론은 전한다. 언론은 피난처를 안내한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도시는 동사무소나 도서관을 이용하고 농촌은 경로당을 권하지만,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고 한다. 에어컨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은 경로당에 전기료 지원이 없고 도서관이나 동사무소로 피신할 여유가 빈민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3도 기온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내리는 폭염주의보가 수도권을 떠나지 않고 섭씨 35도를 넘을 때 발령되는 폭염경보는 남쪽 지역을 연일 붉게 물들인다. 유라시아 대륙이 예년보다 심하게 가열되면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되고 마침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 인근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폭염은 언제 누그러들지 모른다고 기상대는 예상하는데, 무섭도록 뜨거운 하늘은 소나기마저 거부한다. 문제는 무자비한 폭염이 해마다 심화 반복될 거라는 전망이다. 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에서 제한하자고 세계가 합의했지만, 온실가스는 줄지 않는다. 아니 줄일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개발 발전 타령을 멈추지 않는데, 어찌 온실가스가 줄어들겠는가? 올 10월 인천에서 개최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 총회는 위험천만한 신호를 읽으려 할까?

 세계 환경단체마다 기온 상승을 1.5도에서 제한하자고 요구하지만 어떨까?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던 갯벌을 광활하게 매립한 자리에 세운 송도컨벤시아에 IPCC 총회장이 마련될 테고, 그 회의장에 고급 승용차 몰고 올 세계 고위인사들은 적극 호응할까? 기대하지 않는다. 선언하면 뭐하나? 실천을 구속하지 않는 선언은 허무할 뿐인걸. 이렇게 더울 때 꼭 오던 소나기가 언젠가부터 없다. 회색도시 주위에 숲과 습지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리라. 폭염 피난처의 에어컨보다 급한 건 충분한 녹지와 습지다. 그리고 온실가스 절감일 텐데, 녹지와 습지 없앤 자리에 공장과 아파트를 더 지으려 하니 내년, 아니 다음 세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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