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아메라칸 허슬’은 1970년대 미국 뉴저지를 배경으로 거물 정치인을 수사하는 출세에 눈이 먼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남을 속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기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치 부패 스캔들 ‘앱스캠 스캔들’을 소재로 만들었다. FBI 수사관과 사기꾼의 합동 함정수사로 6명의 하원의원, 1명의 상원의원, 뉴저지 캠든 시장의 혐의를 밝혀낸 사건이다.

 이 영화에서는 FBI 수사관과 사기꾼이 정치적으로 깨끗하고 시민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시장인 카마인 폴리토(제레미 레너)에게 함정수사의 덫을 놓기 위해 뇌물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에서 카마인 시장은 순수한 열정으로 시민들에게 밀알이 되기 위해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는 도시 개발을 추진하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사업에 난항을 겪는 정치인으로 묘사됐다.

 FBI 수사관과 사기꾼은 이러한 틈을 노리고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시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호텔 스위트룸에서 일종의 사례금 명목으로 ‘007가방’에 뭉칫돈을 담아 카마인 시장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데 바로 뇌물임을 눈치 챈 시장은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훗날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즉각 자리를 털고 호텔 밖으로 나오지만 사기꾼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돈을 받아 나중에 구속에 이르게 된다. 이를 보면서 ‘깨끗한 정치는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진보정치를 대표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소신을 갖고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온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그는 유서에서 고교 동창인 변호사 친구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항변하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특검의 수사로 인해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자신의 소속 정당에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노 의원의 사망 이후 현실적이지 못한 정치자금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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