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협회가 ‘2019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 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최저임금을 사업별로 구분·적용하지 않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지급 주체의 지급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권위 있는 국제기구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IMF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은 "한국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ECD 한국경제 담당관은 "최저임금 인상이 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요약하면 사업주의 지급능력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급증은 경제의 기초체력(노동생산성, 고용률 등)을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실질소득 감소)하는 등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애리조나의 카이바브 고원은 사슴과 퓨마, 늑대 등이 먹이사슬 구조를 이루는 천혜의 자연과 생태계를 갖춘 곳이었다. 그런데 1907년 미 정부는 아름다운 사슴들을 보호한다면서 천적에 해당되는 퓨마와 늑대를 살상키로 결정했다. 이후 20년간 사슴의 개체 수가 9천 마리에서 10만 마리까지 증가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사슴이 식물 생태계를 파괴했고, 이렇게 해서 먹이가 없어지자 사슴의 개체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생태계 원리를 무시한 개입이 오히려 사슴을 줄어들게 하고, 아름다운 고원까지 황폐화시킨 것이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급격한 임금인상도 다를 게 없다. 취지와 정반대로 사회적 약자인 서민계층은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중소기업들은 시장 밖으로 퇴출되는 등 경제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 생태계는 어느 한쪽만 보호한다고 혹은 어느 한쪽만 희생시킨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정부가 기업의 각종 부담을 줄여주고, 노조는 해고완화 요건을 수용하는 식으로 협조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도 정부가 세금 감면으로 힘을 보태고, 노동계에서 임금 동결을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유연성은 절대 안 된다면서 급격한 임금인상은 필수라고 외친다. 다 얻을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지만, 결국 모두를 잃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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