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병원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 봉사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자칫 홍보활동이나 환자 유치 등 영리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전에 차단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병원이 자신의 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지역주민 다수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이나 순회 진료를 하려면 지역보건법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병원들은 도서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검진부터 각종 지역 축제, 지역 내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도 방문 진료 봉사활동을 실시해 왔다. 병원의 봉사활동이나 외부 건강검진은 관할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문제 없이 진행됐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지부는 2016년 10월 특정 요건에 맞지 않으면 보건소가 일부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요건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이 밖에 환자가 현장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영리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침이 발표되자 지역 병원들은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굳이 허락까지 받아가며 봉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청진기나 간단한 약품만 챙기면 되는 일반 병·의원과 달리 검진을 위한 특수장비는 물론 전문의와 간호사가 대동해야 하는 안과나 치과 등은 사실상 의료봉사활동에서 손을 뗐다.

지역의 한 전문병원은 그동안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의료봉사활동을 중단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의료봉사를 한 번 나가더라도 전문의 등 인력을 배치하고 관련 장비를 옮기는 등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검진이 병원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선의로 진행한 병원의 봉사활동이 모두 영리 목적으로 오해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토로했다.

몸이 불편해 육지까지 오가며 진료받지 못하는 섬 주민들은 고스란히 피해 당사자가 됐다. 가뭄의 단비처럼 봉사활동을 통해 받았던 전문의 진료를 더 이상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보건소 역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제출서류만을 보고 담당자들이 병원 측의 활동 목적을 판단하기에는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병원의 외부 활동이 지나치게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환자 유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대부분 신고를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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