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0년 인천대공원 호수 새단장을 기념해 세운 표시석 자리에 올해 1월 새로 들어선 애인광장 조형물.  <인천시 제공>
▲ 2010년 인천대공원 호수 새단장을 기념해 세운 표지석 자리에 올해 1월 새로 들어선 애인광장 조형물. <인천시 제공>
"인천을 사랑하자는 애인(愛仁) 사업이 인천의 과거를 지웠다. 이름까지 바꾸며 인천의 역사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 인천대공원 호수 입구에 세운 인천시 상징조형물에 얽힌 뒷얘기다.

29일 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인천대공원 호수 입구에서도 눈에 잘 띄는 곳에 하트 모양 상징물을 설치했다. 상징조형물, 포토존, 트릭아트존, 반지조형물 등을 세운 애인(愛仁) 광장 조성사업의 일환이었다.

이곳은 2010년부터 인천대공원 호수 새 단장을 기념하는 표지석의 자리였다. 이 표지석이 세워지기까지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시민과 기업 OCI, 시와 남구(현 미추홀구)로 구성된 ‘폐석회적정처리를위한시민위원회’의 힘겨운 협의 끝에 일궈 낸 2003년 12월 말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OCI 터에는 소다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폐석회가 580여만㎥나 쌓여 있었다. 폐기물인 폐석회가 워낙 많아 처리할 방도가 없었다. 시민위는 OCI 인천공장 유수지 33만여㎡를 폐석회로 매립해 시민체육공원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고, 없어진 유수지 대신 인천대공원 호수를 꾸미기로 합의했다.

▲ ▲ 2010년 인천대공원 호수 조성공사를 끝낸 기념으로 세워진 표지석. OCI가 기부채납한 친환경 호수는 인천시민과 행정, 기업의 민관협력의 결과로 조성됐다.
▲ 2010년 인천대공원 호수 조성공사를 끝낸 기념으로 세워진 표지석. OCI가 기부채납한 친환경 호수는 인천시민과 행정, 기업의 민관협력의 결과로 조성됐다.
새로 단장된 인천대공원 호수는 전체 면적이 3만3천㎡에서 4만㎡로 넓어지면서 친수공간으로 꾸며졌다. 호수 조성공사에는 모두 9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공사비는 전액 이 기업이 부담했다.

이 사례는 2011년 민관협력포럼(KGF)의 ‘전국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시민단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에 앞서 송영길 전 시장은 인천대공원 호수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바꾼 OCI 측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인천대공원 호수 앞 ‘인천호’ 표지석이었다. 시민위는 의미를 담기 위해 충북 제천 청풍호에서 나온 돌을 사와 표지석으로 삼고 위원들의 이름과 글을 새겼다.

하지만 애인광장을 조성하면서 하트 모양의 상징물에 자리를 내줬고, 표지석에 새긴 인천대공원의 이름도 ‘인천호수정원’으로 바뀐 채 구석으로 밀려났다.

하석용 시민위원장은 "애인운동이 인천의 역사와 가치를 지워 버렸고, 인천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시 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광장 가운데 크지 않은 표지석 하나만 서 있었기 때문에 애인광장 공사를 하면서 바로 옆으로 옮겼다"며 "새로 설치된 상징물은 포토존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는 등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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