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인천대공원 호수 입구에서도 눈에 잘 띄는 곳에 하트 모양 상징물을 설치했다. 상징조형물, 포토존, 트릭아트존, 반지조형물 등을 세운 애인(愛仁) 광장 조성사업의 일환이었다.
이곳은 2010년부터 인천대공원 호수 새 단장을 기념하는 표지석의 자리였다. 이 표지석이 세워지기까지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시민과 기업 OCI, 시와 남구(현 미추홀구)로 구성된 ‘폐석회적정처리를위한시민위원회’의 힘겨운 협의 끝에 일궈 낸 2003년 12월 말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OCI 터에는 소다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폐석회가 580여만㎥나 쌓여 있었다. 폐기물인 폐석회가 워낙 많아 처리할 방도가 없었다. 시민위는 OCI 인천공장 유수지 33만여㎡를 폐석회로 매립해 시민체육공원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고, 없어진 유수지 대신 인천대공원 호수를 꾸미기로 합의했다.
이 사례는 2011년 민관협력포럼(KGF)의 ‘전국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시민단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에 앞서 송영길 전 시장은 인천대공원 호수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바꾼 OCI 측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인천대공원 호수 앞 ‘인천호’ 표지석이었다. 시민위는 의미를 담기 위해 충북 제천 청풍호에서 나온 돌을 사와 표지석으로 삼고 위원들의 이름과 글을 새겼다.
하지만 애인광장을 조성하면서 하트 모양의 상징물에 자리를 내줬고, 표지석에 새긴 인천대공원의 이름도 ‘인천호수정원’으로 바뀐 채 구석으로 밀려났다.
하석용 시민위원장은 "애인운동이 인천의 역사와 가치를 지워 버렸고, 인천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시 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광장 가운데 크지 않은 표지석 하나만 서 있었기 때문에 애인광장 공사를 하면서 바로 옆으로 옮겼다"며 "새로 설치된 상징물은 포토존으로, 시민들이 사진을 찍는 등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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