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 현우, 명관이는 서른 하나가 된 세 청년이다. 물론 모두 가명이다. 세 청년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이들이 현재의 직장에 계속 다닐지는 미지수다. 지속가능성으로 보자면 명관, 현우, 윤석이 순으로 점쳐진다. 명관이는 두 번째 직장이지만 5년간 고생스럽게 준비해서 들어간 곳이라서 함부로 이직할 확률이 낮다. 현우는 비록 A급은 아니지만 B급으로라도 자신이 한 번쯤 일해보고 싶었던 직장에 다닌다. 윤석이의 지속가능성은 가장 낮게 나타나는데 6개월∼1년 단위로 직장을 옮겨 다니니 그의 특성에 기인한다. 물론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다. 세 청년을 옆에서 지켜보면 멘토링의 중요성과 전문성 획득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윤석이는 행정학과를 나왔지만 공무원이 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부모나 교사로부터 직업적 멘토링을 받지 못한 윤석이는 친구들이나 알고 지내는 선배들이 ‘이게 유망직종이야’, ‘이게 덜 힘들고 돈은 많이 벌어’라고 얘기하면 금새 마음이 동(動)한다. 윤석이는 전문성 확립이 곧 돈이라는 것을 윤석이도 느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현우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분야인 마케팅·광고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관련 석사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현우는 10년 가까이 축적한 전문성을 던져 버리고 반(反)자본·공동체주의를 추구하는 비영리민간단체(NGO)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우는 뛰어난 ‘스펙’으로 어렵지 않게 다양한 직업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모두 그에게는 생소한 분야였고 그의 전문성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그는 조만간 NGO에서도 나올 작정이다. 명관이는 중국어학과를 나와 중국어 강사로 첫 직장을 구했다가 부모의 멘토링을 수용해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5번이나 낙방하면서 몸과 마음은 망신창이가 됐지만 6번째 도전에 합격할 때 그는 이미 이론적으로는 전문가였다. 그는 중국어를 직무와 연계할 수 있는 보직을 신청해 10년간의 축적한 전문성을 모두 살려 냈다. 직장생활 2년차인 명관이는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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