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jpg
▲ 전성군 전북대 겸임교수
# 무너져 내리는 농어촌학교

 요즘 무너져 내리는 농어촌 학교의 징표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모두들 내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 농어촌 지방에는 면 단위에조차 초등학교가 없는 곳이 많다. 수십㎞ 떨어진 다른 면으로 통학하다 보니 학생도 학부모도 힘겹다.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실적에 따라 재정적 지원을 차등화하는 등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우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80년의 역사를 가진 농촌 초등학교가 근처에 들어서는 신도시의 신설 학교에 이름만 넘겨주고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는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만 신도시에 새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 방침 때문인데, 갑자기 폐교 위기에 처한 농촌 지역 주민과 학생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가뜩이나 열악한 교육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어촌 교육 현장을 바라보자.

# 폐교 악순환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학교

 붕괴 위기에 놓인 농어촌 학교,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인한 인구 유출, 폐교 사태, 복식수업 확대라는 악순환이 농어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앞으로 도시로 나가는 아이들의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도 나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예산 측면에서 학생 수와 비례해 지원한다는 경제 논리가 도입되면서 정부도 한계점에 봉착하고 있다. 반면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해체 위기에 놓인 농어촌 학교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지역들이 있다. 서천 동강중학교는 외국어 특화교육을 도입해 ‘작지만 강한학교’로 부활을 예고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농어촌 학생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외국어 부문을 특화해보자는 취지로 외국 학교와 학생을 맞교환하고 홈스테이 형식의 국제 교환 장학생 프로그램을 마련해 농어촌 교육 희망 찾기에 도전하고 있다.

 양평 조현초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의 돌아오는 농촌 학교로 지정된 이후 학교 안에 컴퓨터, 가야금, 한국화, 피아노, 영어, 스포츠댄스, 골프, 사물놀이 등의 과정이 개설돼 아이들 모두 좋아하는 분야에 푹 빠져 있다. 의령군은 학생4-H회원의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청소년 육성을 위해 ‘의령군 학교4-H회 농심 함양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중·고등 8개 학교 2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배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세대인 학생4-H회원이 영농 현장에서 농업, 과학, 인성, 진로 등 청소년 농업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미래 농업 소비자를 육성하기 위한 4-H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생4-H회는 현재 1천650개 6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교사들도 농어촌학교 근무 기피현상

한편 대부분 농어촌지역 초등학교에는 고학년생이 없다. 면단위 초등학교는 고학년생들이 읍내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없고,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나은 읍이나 중소도시 소재 학교는 중학교 진학을 위해 다시 대도시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사들의 농어촌 근무 기피현상과 예산 문제로 뾰족한 해법이 없어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통폐합이 진행 중인 학교는 2천여 개나 된다. 경제적인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1개면 1개 학교 방침만은 지켜져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농어촌 교육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지역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그런 장소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농어촌 학교에 잠시나마 애정을 가져보자. 젊은 사람들이 농어촌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학교가 없다면 불가능한 만큼 농어촌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교육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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