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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상에 짙은 안개가 계속되면서 인천 섬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대기에 들어간 지난 6월 25일 인천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대합실이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본격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26∼28일 사흘간 인천항과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안개에 발이 묶였다. 3일간 길게는 5시간, 늦은 오후 1시까지 출발이 지연됐지만 주민들을 그나마 결항되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대로라면 결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5도는 규제에 묶여 야간 운항이 금지된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인천해양수산청의 ‘서북 도서 선박운항 규정’에 따르면 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 등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인근 도서의 야간 출항은 제한된다. 북한의 테러·피랍·피습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주간 운항을 원칙으로 한다.

기상 악화로 지난 주말처럼 오후에 인천항을 출항한 뒤 되돌아오는 배의 입항시간이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문제다. 왕복 운항을 해야 수익이 남는 선사 입장에서는 결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특별수송기간(7월 25일~8월 12일), 서북 도서 해역 긴장 발생 등 비상상황에 한해 규제를 풀고 있지만 불편은 여전하다. 해군·해경·기초단체·해수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수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다.

지난 주말을 포함해 올해 인천해수청이 야간 운항을 허가한 횟수는 고작 3∼4차례에 불과하다.

서해5도와 달리 타 지역 도서의 경우 2007년 해양수산부 훈령이 개정되면서 여객선 야간 운항이 허용됐다. 안전을 이유로 늦은 밤까지 운항하는 일은 드물지만 적어도 서해5도처럼 규제로 인해 제한되는 일은 없다.

야간 운항 제한 규제는 최근 기상 악화로 결항하는 빈도가 늘면서 완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해5도 항로의 경우 해무 등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결항된 사례는 연평 항로가 2015년 5회, 2016년 13회, 2017년 15회로 늘다가 올해는 6월 기준 22회로 크게 증가했다. 백령·대청 항로도 지난해 13회였던 결항 횟수가 올해 상반기만 21회에 달했다.

규제가 풀리면 오후 출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항 일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군과 주민, 선사 등의 요청대로 오전 5시 출항, 오후 11시 입항을 허용하면 많게는 3편도까지 운항이 가능해진다. 오전 배가 출발을 못 해도 오후 1시에 인천항을 떠나 10시 30분께에 되돌아오는 2편도 운항할 수 있어 결항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자동충돌예방장치(ARPA) 등 운항장비가 발달해 야간에도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선사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현 정부 들어 조성된 남북 평화분위기 속에서 지나친 규제는 지역주민들의 기본권 침해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월선 방지나 피랍 위험 우려가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한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를 폭넓게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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