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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환 신임 인천경찰청장(오른쪽)이 30일 인천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신임 인천경찰청장들의 무성의한 ‘재탕·삼탕’ 취임사가 도마에 올랐다. 신임 청장의 취임 때마다 취임사의 일부 단어만 바뀐 채 형식적으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30일 인천경찰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진행한 33대 원경환 청장의 취임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원 청장은 취임식을 통해 "다시 만나 뵙게 돼 정말 반갑습니다"라며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과 두 번째 동행(同行)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서두를 뗐다.

그러나 원 청장의 취임사는 2015년 12월 28일 취임식을 진행한 29대 김치원 전 인천경찰청장의 취임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했다.

당시 김치원 청장은 "존경하는 인천경찰 동료 여러분, 다시 만나 뵙게 돼 정말 반갑습니다"라며 "저는 오늘부터 인천경찰과 함께 두 번째 동행(同行)을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취임사는 일부 단어만 바뀐 채 되풀이됐다.

2017년 7월 취임한 31대 이주민 인천경찰청장이 취임사에서 썼던 "개인적 영광에 앞서 새 정부가 출범한 중요한 시기에"는 1년이 지난 원경환 청장 취임사에서 "개인적 영광에 앞서 수사구조 개혁 등 경찰 개혁을 이뤄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로 바뀌었다.

특히 신임 청장의 비전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본문 내용도 대부분의 청장들이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원 청장은 주요 목표로 ‘안정되고 평온한 인천’, ‘인권을 경찰의 최우선 가치로 둘 것’,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 ‘사회적 약자 보호에 빈틈이 없을 것’, ‘소통하고 화합하는 조직문화’ 등을 강조했다. 이주민 전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안전은 행복의 전제이자 치안서비스의 시작과 끝’, ‘인권 존중의 문화 정착’, ‘소통과 배려를 통한 조직의 활력 증진’을 앞세웠다.

두 청장이 강조한 것은 인권과 소통, 안전 등으로 같은 키워드에 살만 붙인 꼴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전부터 신임 청장들의 임기가 1년을 채우지 못하다 보니 때마다 비슷한 성의 없는 취임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며 "인천에 애정이 있는 청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취임사에서는 큰 틀에서 원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다 보니 비슷한 부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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