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인천지역 개인 신고 노숙인 시설도 덩달아 숨이 막히고 있다. 더워진 날씨에 입소 희망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어 에어컨 하나 마음껏 틀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인천지역 내 개인 신고 노숙인 시설은 미추홀구·서구·남동구 등에서 총 7곳이 운영 중이다. 시비 지원을 받는 일부 시설과 달리 이들 시설은 노숙인 웃음치료 등 약간의 프로그램 비용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일 심해지는 더위로 시설 환경은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제도권 밖의 취약계층이 시설 입소를 희망하지만 모두 수용하지도 못한다. 정원 자체가 적은 데다 냉방비 등 늘어나는 운영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다.

30일 미추홀구 소재 A시설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이날까지 한 달여간 입소 의뢰는 총 20여 건에 달했다. 정원을 넘어선 수치다. 거리의 노숙인 외에도 가정 문제로 집을 나온 학생이나 심한 더위로 집에 머물 수 없는 노인, 타 시설에서 퇴소 조치를 받은 노숙인 등도 대상이지만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A시설 관계자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여름철 냉방비를 지원받을 때도 있지만 50여만 원에 불과해 여름 내내 냉방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 시설 이용자들을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작동할 수밖에 없는데 시설 사정을 생각하면 사실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서구의 B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시설은 15인 정원이지만 20~30건의 입소 요청을 받는다. 이곳 역시 이미 정원을 넘어선 데다 대기자도 많아 입소 요청을 거절해야만 했다.

이 시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10여 년간 운영해 온 무료급식소다. 하루 평균 지역 소외계층 130여 명이 찾고 있지만 에어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물상에서 얻어 온 대형 선풍기 하나만 틀어놓고 있다. 그동안 예산 지원 없이도 인근 학교의 협조를 받아 남은 급식을 재활용하거나 지역 푸드뱅크의 식품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나 더위에 식중독이 발생할까 걱정이다.

B시설 관계자는 "사정이 어려워 문을 닫을까 고민하다가도 우리 시설과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쉽게 그만두기도 어렵다"며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개인 신고 노숙인 시설인 만큼 이들이 쾌적하게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여건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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