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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정경부장
불가마 더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짜증을 넘어 공포감이 몰려온다. 사람의 정상 체온을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니 그럴 만도 하다. 재난 수준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이상기후가 가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1967년 지금의 폭염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무서운 내용을 담은 「아이언 마운틴 보고서」라는 책이 미국서 출간됐다. 아이언 마운틴은 뉴욕주 근처 허드슨시에 있는 거대한 지하시설이다. 냉전시대 소련의 핵공격을 방어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뉴저지의 스탠더드 오일, 쉘, 하노버 제조 신탁회사 등 수백 개에 이르는 미국 최대 기업의 본부가 이곳에 임시 사무소를 차렸다.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곳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상업 운영센터로 변신해서 핵전쟁 이후 미국의 상업 체계를 계속 유지할 요량이었다.

 이 보고서는 4년간 비밀 연구과제에 참여한 ‘존 도’라는 가명을 쓰는 미국 중서부 한 대학의 사회학 교수의 폭로(아직도 진실공방이 가시질 않고 있다)를 기초로 삼았다. 과제는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지구상에 ‘영원한 평화’가 왔을 때 미국 사회가 어디서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국가에 대한 복종심을 자극하고,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전쟁만한 것이 없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은 미래의 국민 세금을 토대로 화폐를 찍는다. 화폐 발행권은 금융재벌인 민간은행이 맡는다. 민간은행은 발행한 화폐(국채)만큼 정부로부터 이자를 받는다. 정부가 영원히 원금을 갚을 수 없고 국민의 세 부담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 부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미국 경영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노릇이었다.

 미국은 전쟁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복종에 찬 공포’가 필요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빈곤과의 전쟁 선포’를 생각했다. 하지만 빈곤은 방대하긴 하나 공포감을 조성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선택은 ‘외계인의 침입’이었다. 이는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성공할 수는 있으나 신뢰도가 부족한 계획이었다. 마지막 대안이 ‘환경오염’이었다. 환경오염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면 지구의 종말과 비슷한 공포감을 줄 수 있었다. 국민에게 높은 세금을 감수토록 하고 정부의 사생활 간섭을 받아들이게 하는데 ‘지구환경을 살리자’ 명제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명분도 나무랄 데 없으니 절묘한 선택이었다. 보고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한 위기 의식으로 떠오르려면 20~30년 걸린다는 과학적 예측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87년 9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세계야생환경보호위원회 4차 회의가 열렸다. 60여 개 국가에서 2천여 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여기서 1천500여 명이 서명한 ‘덴버선언’이 탄생했다. ‘우리는 새로운 자금으로 모아 환경보호의 활동범위를 넓혀야 하고 새로운 은행 모델을 마련해 환경관리에 대한 국제 원조를 시행하고, 원조를 받는 나라는 자원관리 수요에 부흥해야 한다.’ 로스차일드와 록펠러 등 국제금융재벌들은 덴버선언을 개발도상국 수탈의 방편으로 삼았다. 국제금융재벌의 기금으로 개발도상국의 채무를 갚아주고 대신 그 국가의 자연자원을 갖는 것이었다.

 1987년 개발도상국의 채무는 1조3천억 달러에 달했다. 금융재벌은 개발도상국의 채무를 세계환경보호은행에 이관했고, 채무국은 생태위기에 맞닥뜨린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 채무유예를 신청했다. 금융재벌들이 눈독을 들인 개발도상국의 생태토지는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 분포했다.

 총면적은 5천만㎢로 지구 육지 면적의 30%이었다. 세계환경보호은행은 1991년 국제환경기금으로 이름을 바꿨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IBRD의 최대 주주는 미국 재무부였다.

 이 소설 같은 얘기는 현실이다. 환경오염은 단지 재난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나라를 통째로 국제금융재벌의 수중에 넘겨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는 화약 냄새 없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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