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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지난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인천체육인 지지선언’ 자리를 마련했다가 구설에 오른 인천시체육회 고위 간부가 체육회의 정치적 중립을 역설하고 나섰다. "체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주장해 왔다"며 인천경실련이 요청한 ‘소속 임원의 정치행위 제한 규정 마련 요구서’는 앞으로 진행될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언론지상을 통해 술회했다. 이어 그는 "지지선언을 한 것은 체육회장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인 회장을 모시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자리를 마련해 준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 양 들린다.

 다른 한편에선 선거 후 논공행상 채비로 분주하다. 역대 시장 중 가장 많은 지지선언과 지지자가 나오다 보니 그만큼 준비할 그릇도 많아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취임사에서 "관 주도의 독단적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관이 함께하는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시정의 중심에 시민을 모시겠다."고 못 박았다. 시는 지지자들이 제안한 서울형 협치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고, 지지자들은 이참에 서울시에 견줄 만큼 협치 관련 행정조직을 많이 만들어 민간 개방직으로 하려는 모양새다. 혈세로 운영되는 시 산하기관 말고도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 만들기가 한창이다. 이들도 정치행위 제한 논란에 노출될 게 뻔하다.

 # 서울형(型) 협치 모델이 논공행상 방편?

 한편 공직사회는 술렁인다. 인천시가 민선 7기 첫 조직개편에서 협치를 전담하는 과 단위 민관협력담당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시민소통협력관(2급) 아래로 3∼4개의 과 단위 조직이 더 생길 거란 소문이 무성하다. 서울혁신기획관 아래 6개의 담당관 조직을 둔 것에서 착안했다는 거다. 인천시 안에 또 하나의 시를 만드는 거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논공행상으로 공직에 입문한 민간 개방직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활동과 연관된 업무영역에 관여하려 들 거다. 심지어 각종 위원회 설립까지 이어지면 지지자들의 뒷담화는 들을 수 없겠지만 공직사회의 위축을 초래해 오히려 협치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더 큰 걱정거리는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기관의 장이나 임원이 됐으면 공익적 본분에 충실해야 함에도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해 각종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등 정치행위에 나선다는 거다. 시체육회는 올해 일반회계 세입예산만 총 501억 원인데 시비 보조비율이 총예산의 99.74%에 달한다. 사실상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회장단과 임원이 특정 후보 선거운동에 나서는 걸 동의할 시민은 없을 거다. 인천지속가능협의회는 지속가능발전법에 근거를 둔 국제적으로 공인된 협치(거버넌스) 기구다. 한데 협의회 소속의 한 분과위원장은 현직을 유지한 채 그 직위를 드러내고 특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다 구설에 올랐다. 선거 이후 그 직함 때문인지 협치를 대표하는 시장직인수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 됐다. 민선 7기엔 협치를 강조하고 있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법하다.

 # 혈세 기관장의 정치활동 제한해야

 최근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개정 방향도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가입 금지’ 조항 삭제 등을 통해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보장하지만 ‘그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공적기관에 소속된 임원의 정치행위에 대한 시민 눈높이를 반영한 것이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기관의 대표나 의결 기구에 속한 자가 자칫 시민으로부터 정치 중립 시비나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인다면 이들 기관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물론 해당기관의 지속가능성에도 해를 끼칠 게 뻔하다. 협치 행정을 앞세운 민선 7기이기에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제도 개선에 인천시가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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