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해에야 주거복지기본조례를 제정하는 등 주거복지 실현 시작단계에 있다. 지난 29일에는 박남춘 시장의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2만 가구 공급’ 달성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가 이대로 공공임대주택을 자체 공급할 경우 용지 부족,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한계에 부딪힌다는 우려다. 본보는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거나 아직 겪고 있는 해외 사례를 짚어 보고, 인천 주거복지 정책의 개선 및 다양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 베를린은 ‘세입자들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임대주택 문화가 자리잡은 도시 중 하나다. 베를린 거주자 중 85% 이상이 임대주택에 살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베를린시는 세입자를 위한 각종 보호장치부터 사회적 약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제도까지 다양한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구 증가 및 신축을 위한 용지 부족 등으로 주택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추세다. 이는 지속적인 월세 상승 등 새로운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베를린시는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 확장 및 주택 건설 지원 규정 개선 등 문제 해결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 베를린주 샤로텐부르크 지역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임대주택 모습. 소음 등 시내 임대주택에 비해 주거환경이 나쁘지만 주택 부족 현상으로 이마저도 인기가 높다. <베를린시청 제공>
# 월세가 가장 많이 오르는 도시

 세입자들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베를린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 중 하나다. 베를린시가 2년마다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베를린 임대주택의 평균 월세(Mietspiegel)는 1㎡당 6.39유로였다. 이는 2015년(5.84유로)보다 9.4%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2013년(5.54유로)과 비교하면 10.5%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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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지역 임대료 변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수년 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베를린시청 제공>
 베를린 주택시장 악화 및 임대료 상승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한 주택 공급량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5년간 베를린 인구는 총 24만3천500여 명이 증가했다. 이는 매년 평균 4만8천700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16년에는 난민 등록을 포함해 6만500명이 한 번에 증가하는 등 현재 베를린 인구는 367만 명을 돌파했다. 베를린시는 2020년 초중반에는 상승세가 둔화하지만 2030년까지 꾸준히 인구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도시의 주택 공급은 이러한 인구 증가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인구 증가가 본격화된 2016년에서야 베를린시가 총 2만5천 가구에 대한 건설허가를 냈다. 하지만 완성된 곳은 겨우 1만3천700여 가구였다. 결국 지난 5년간 베를린의 총 추가 주택 공급 수는 4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베를린시는 인구 증가를 감안해 매년 최소 1만5천여 가구에서 최대 2만여 가구가 새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 베를린 지역 최대 규모의 임대주택 건물 중 하나. 베를린주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사회임대주택 계약 종료에 따른 실질적인 임대주택 수 감소도 문제다. 현재 베를린 가구 수는 1948년 이전 건물인 ‘구 건물’에 80만여 개, 이후 건물인 ‘신 건물’에 110만여 개 등 총 190만여 개다. 자기 소유 주택 29만여 가구를 제외하면 임대주택은 160만여 가구로, 전체의 85%에 해당한다. 이 중 시와 사회경제주체 간 계약에 따라 운영한 사회임대주택은 지난해 12월 기준 10만3천여 가구였는데, 점차 계약이 종료돼 2025년에는 7만7천700여 개로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베를린시는 적당한 가격의 주택 확보와 함께 저소득계층 등 국가 도움 없이 적당한 주거공간을 얻을 수 없는 가구에 대한 정책 개선에 돌입해야 했다.

# 세입자들을 위한 저렴한 주거공간 실현

 현재 베를린시가 임대주택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크게 새로운 주택 건설 지원과 효과적인 세입자 보호 등 두 가지다.

 우선 베를린시는 미테-모아비트 지역, 슈판다우 지역에 이르는 대규모 주거단지 확장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주택이 건설되고 이를 공공 임대료 및 임대 조건에 맞춰야만 임대료 상승 문제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 베를린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회임대주택 계약 만료분을 ‘새로운 주택 증가 지원(Forderung Neubauforderung)’ 정책으로 보충할 방침이다. 이 정책을 통해 올해 3천132가구 신축을 지원했고, 내년부터 상승 폭을 늘려 매년 5천 가구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올해 초 사회임대주택 규모를 유지시킬 수 있는 ‘신주택건설지원규정(WFB 2018)’ 개선안을 만들어 계약 만료에 따른 임대주택 감소 속도를 줄이고자 한다. 이 개선안은 ▶지원기간 30년으로 연장 및 주택당 지원금을 늘려 자본시장 금융조건 완화 ▶보조금 대출 폭을 늘리는 대신 지원 대상을 70㎡ 이상 주택으로 조정해 더 큰 주택 건설 촉진 ▶저소득층 외 중간소득층에 대한 새로운 보조금 모델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 베를린시는 주택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 효과적 세입자 보호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다 쾌적한 환경의 주택을 새로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용 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베를린시의회는 사회임대주택건설 개정안을 마련했고,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 법이 지난해 4월 발효됐다. 지난 4월에도 임대료 상승 폭 정지 조치가 재차 이뤄졌다. 이 개정안에는 이전까지 소급 적용되던 사회임대주택 임대료 상승분을 없애고, 임대료 보조 시 월세에 세금과 관리비까지 포함해 지원(일명 따뜻한 월세, Bruttowarmmiete)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까지 임대료 보조는 세금을 제외한 순수 월세만을 지원하는 ‘차가운 월세(Nettokaltmiete)’ 개념이었다. 전체 수입 중 실제 임대료 부담이 줄어든 만큼 최근 신청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 베를린 시내 임대주택 모습. 베를린에는 주택의 약 85%가 임대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실질적인 세입자 보호 조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베를린시는 2015년 3월부터 조례 전환에 따라 베를린 전역에서 주택의 용도변경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임대주택을 자가 주거 주택으로 전환하려면 반드시 시청 관련 부서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주택 소유자의 변심에 따라 세입자들이 집을 나가야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소유주의 필요에 의해 또는 재정상의 문제로 임대계약 해지를 원하더라도 이는 임대주택으로 전환한 지 10년 후에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일반 주택에 대한 임차권은 독일 연방이 일괄적으로 민법에 따라 규정하는데, 베를린시는 민법이 허용하는 권한 내에서 세입자 보호 향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일반 임대료 인상 가능 범위도 과거 20%에서 최근 15%까지로 줄었다. 2015년 6월부터 베를린 전역에 도입된 ‘임대료 브레이크’는 임대료 상승 가능 폭 부분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었지만 베를린시의회는 지난해 9월 개선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외에도 베를린시는 매년 정기적으로 「베를린 평균 임대료 수준(Berliner Mietspiegel)」 책자를 발간해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상 폭과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 등을 비교적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베를린시 주거복지 담당자 카트린 디틀 씨는 "이 외에도 베를린의 사회적 임대주택 정책을 위한 전반적인 보장은 베를린시에 속한 주택건설조합들이 수행하는데,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주택 건설 및 공급 협력 등 조합 운영의 기본 틀이 확정돼 있다"며 "베를린시에 속한 기업의 주택 소유분 등 2021년까지 36만여 가구로 주택 상승 목표를 결정했고, 이는 저소득계층 등 보호가 필요한 가정에 비교적 낮은 임대료로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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