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수원시의 도로상에서 한 노인이 수거한 재활용품을 손수레에 담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 31일 수원시의 도로상에서 한 노인이 수거한 재활용품을 손수레에 담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31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상가 앞. 20여 년 전부터 폐지를 줍기 시작한 김모(75)씨가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 종이상자와 알루미늄 캔을 가득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었다. 그는 한낮 체감온도가 38.8℃를 기록한 폭염에도 긴 바지와 소매를 입고 일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각종 재활용품을 주워 담으려고 들출 때마다 그늘 밑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모기에 연신 물렸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볕이 떨어진 뒤에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귀가 좋지 않은 탓에 차량 추돌사고라도 피하려면 그나마 낮에만 일할 수 있어 폭염을 견디며 폐지를 주우러 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가 하루에 네 시간씩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수집한 재활용품을 고물상에 팔고 받는 돈은 고작 1만 원 정도. 최근 폐지 가격이 1㎏당 100원에서 50원으로 내려가고, 알루미늄 캔 역시 1㎏당 1천 원에서 800원으로 떨어지면서부터는 예전보다 많은 양을 주워 담아야 부인(72)과 둘이서 입에 풀칠할 정도의 형편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김 씨는 시에서 조사한 ‘폐지 줍는 노인 명단’에 올라가 있지 않아 혹서기 지원물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4천 원짜리 쿨토시도 사기 힘들다"며 "근데 여지껏 일하면서 조끼건 토시건 지자체 지원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왜 그럴까. 수원시는 2014년 2월부터 65세 이상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겨울에는 방한복·야광복·팔찌·조끼를, 여름에는 쿨조끼·토시를 무료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담당 부서 직원들이 지역 고물상을 직접 찾아가 만나거나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가 기존 파악한 ‘폐지 줍는 노인’만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김 씨처럼 누락된 인원들이 발생했다.

이처럼 경기도내 지자체들의 허술한 전수조사로 폭염 및 혹서기 지원물품을 받지 못하는 ‘미등록’ 폐지 줍는 노인들이 발생하면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폐지 줍는 노인은 3천840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각 시·군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노인들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고물상업계는 추정한다. 현재 도내에서는 성남·고양·부천시 등도 폐지 줍는 노인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고물상협회 김영광 사무총장은 "명단에서 누락된 폐지 줍는 노인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도에서 파악한 폐지 줍는 노인 3천800여 명은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라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꺼려 해 지자체 지원명단 등록을 기피하거나 지자체마다 인원 조사 방법이 달라 현실적으로 누락되는 노인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모두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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