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설가가 ‘인맥 다이어트’를 말했던 기억이다. ‘인맥’과 ‘다이어트’의 합성어. 사전적 의미는 번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취업·사회 활동 등 바쁜 생활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행위다.

 좀 거칠게 요약해보면, ‘겪어보니 친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가 아닐까 싶다. 감정소모와 허울뿐인 관계에서 벗어나, 소중한 사람과 자신을 둘러보며 스스로 ‘인맥거지’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맥 다이어트에 들어간 사람들은 제일 먼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삭제한다. 쓸모없는 인맥만 늘리면서 오히려 주변 눈치를 보거나, 어느 순간부터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인맥의 지표가 된 것 같은 데서 오는 압박 등으로 감정을 소모하는 느낌이 싫다.

 실제 SNS 상에서는 지적 허영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게 된다. 뻑하면 외래어와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이 구사한다는 이른바 ‘인문병신체’를 읽어야 하는 데서 오는 피로도가 상상보다 높다.

 두 번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 가운데 자주 연락하거나 친한 친구 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연락처는 다 정리를 한다. 일종의 ‘영양가’를 따지자는 것으로, 가볍고 넓은 인맥보다는 친한 사람 몇을 더 챙겨주며 지내는 게 더 값진 일이라는 거다. 모임이나 술자리 같은 데서 잘 맞지도 않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에 책 몇 권 더 읽고,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게 낫더라는 거다. 뺑덕어멈 두부 씹다 어금니 부러질 소리를 애써 참으며 들어줘야 하는 형식적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맥 다이어트’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혼기를 넘긴 처녀가 복부로 집중돼 우렁차게 부풀어 오른 살들을 빼기 위한 극한의 다이어트보다 더 어려운 게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계 속에서 삶을 규정하고 존재를 확인해오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을 때의 공포와 또 내가 찾아갈 사람이 없다는 두려움을 이기고 물리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부부가 결혼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권태를 느끼는 시기를 ‘권태기’라 한다. 이러한 권태를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이른바 ‘관태기’가 이제는 당연한 현상이 됐다. 부부들의 권태기 극복 방법이 있다고 한다. 관태기 극복 방법도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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