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작업 현장 불바다 방불 휴게실커녕 인력 부족 쉴 틈 없어
근로자 전부 열사병 등 위험 노출 노동청서 뒤늦게 냉방 버스 배치


"60℃가 훌쩍 넘는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활주로의 유일한 쉼터는 항공기 동체 밑 그늘뿐입니다."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소속 정모(34·지상조업 노동자)씨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한마디를 건넸다. 그는 온몸에 흐르는 땀도 닦아내지 못한 채 다시 현장으로 투입됐다.

▲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지상조업 노동자들이 폭염을 피해 유일한 휴게소인 항공기 동체 밑 그림자에서 대기 중이다.  <독자 제공>
▲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지상조업 노동자들이 폭염을 피해 유일한 휴게소인 항공기 동체 밑 그림자에서 대기 중이다. <독자 제공>
2일 오후 1시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의 표면 온도는 62℃를 기록했다. 이착륙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엔진 주변으로 아지랑이까지 피어올라 마치 불바다를 연상케 했다. 반팔 셔츠는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현장에서는 안전모와 안전띠, 작업복까지 착용한 지상조업 노동자들이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쉴 곳은 항공기 밑 그늘이 전부였다.

최근 폭염으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열사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휴게실 하나 없는 허허벌판인 현장과 인력 부족으로 쉴 틈(휴게시간)조차 없는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한국공항지부 김병수 산업안전부장은 "최근 폭염주의보 등으로 1시간 근무에 15분 휴식을 하라는 지시, 살수활동 등은 모두 역부족이다"라며 "활주로 현장근무의 특성상 15분은커녕 5분조차 쉴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날 근무 중 구토 증세를 보인 작업자, 열기에 어지럼증을 호소한 작업자가 발생하는 등 열사병에 모든 작업자(약 600명)가 노출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최근 지상조업 업체와 폭염 대책 간담회를 통해 한국공항㈜은 2일부터 대형 버스(냉방) 4대를 활주로에 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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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 발령 후 시민들 발길 뚝 지난 1일 수목원 방문 181명 그쳐
지난해 평일 입장 3분의 1도 안돼 야외 활동 자제… 숲체험도 중단


연일 35℃가 넘는 폭염은 도심 속 허파인 인천대공원도 뜨겁게 달궜다.

2일 인천대공원사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폭염특보가 발령된 이후 공원을 찾는 시민의 발걸음이 뜸하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만 놓고 봐도 지난달 8일 3만5천984명이었던 방문객은 15일 2만3천337명, 22일 1만7천175명, 29일에는 1만5천294명으로 줄었다.

▲ 2일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대공원의 주차장이 한산하다.  <인천대공원사업소 제공>
▲ 2일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대공원의 주차장이 한산하다. <인천대공원사업소 제공>
전국적으로 111년 만의 폭염을 기록했다는 지난 1일에는 7천476명만이 공원을 찾았다. 이 사람들 역시 정기적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업무상 방문자가 다수다. 일반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사업소의 설명이다.

나무가 우거져 비교적 기온이 낮은 수목원 역시 프로그램 예약 방문자 등 이용객이 확연히 줄었다. 폭염이 지속된 지난달 31일 대공원 수목원을 찾은 시민은 181명에 불과했다. 올해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4월 15일은 4천557명이 수목원에 입장했다. 지난해 8월 1일(평일) 방문객 687명과 비교하면 올해 폭염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알 수 있다.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예약 운영하는 유아숲체험 프로그램도 특보 때 야외 활동 자제 방침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위가 심해지는 기간에 맞춰 유치원도 방학에 들어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3일까지는 유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인천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면서 공원 내에 다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계절에 따라 방문객 수는 차이가 나지만 올해 폭염은 확실히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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