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혹자는 ‘용광로 더위’라 표현했다. 일요일인 5일 오전 반가운 소나기로 기온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39도에 가까운 낮 더위보다 3∼4도 기온이 내려가니 오히려 덜 덥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밤에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밤 사이 최저기온도 25도 이상 유지되면서 열대야도 보름 이상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온 관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이번 용광로 폭염으로 국민이 시달리고 있다. 시원한 음료나 과일, 선풍기만으로 버티기에 이번 더위는 너무나 강력하다.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켜지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겁부터 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요금 체계로는 일반적인 수준의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0시간씩 틀면 월 전기요금이 17만7천 원이 추가된다. 낮 시간 집에 있는 주부나 어르신들이 에어컨을 선뜻 틀지 못하는 이유다.

 누진제는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1974년 12월 도입됐다. 처음에는 3단계를 적용했다가 2004년 이후 6단계, 11.7배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2016년 12월 적용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고 구간별 단가 차이도 3배로 줄였다. 하지만 재난 수준에 가까운 올 여름 폭염으로 곳곳에서 이마저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폐지·개편 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 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요금 누진제는 전기 다량 소비자의 부담을 늘려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올 여름 폭염으로 지난달 말 기준 발생한 온열 질환자 수가 2천266명에 이르고 이 중 28명은 사망했다.

 정부는 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야외활동을 줄인다고 에어컨 없는 집안이 견디기 쉽다는 생각은 이번 용광로 더위에게 통하지 않는다. 당장 누진제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여름철 일시 해제나 계절별 차등 적용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나 달라진 소비 환경에 걸맞은 합리적 전기요금제 개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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