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부터 일 최고기온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날마다 이어지며 한반도의 폭염 역사가 연일 새롭게 쓰여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더불어 국민들의 고통과 시름도 깊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3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2천799명의 온열환자와 35명의 사망자가 신고됐다.

열탈진(1천526명)이 가장 많았고, 열사병(700명), 열경련(271명), 열실신(212명) 순으로 발생했다. 노약자와 쪽방 생활자처럼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야외 노동을 하는 농민과 건설 노동자가 주요 피해자들이다.

 폭염으로 인한 사건·사고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 사용으로 변압기와 차단기가 견디지 못하면서 아파트단지 내 정전사고가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무더위에서 비롯된 주의력 저하와 졸음·난폭운전 등으로 7월 한 달간 교통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천131건(7.9%) 더 증가했고, 서해안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에선 콘크리트가 팽창하며 바닥까지 파손됐다. 가축 및 양식장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농작물이 말라 죽는 등 재산 피해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 재산과 환경에 대한 피해 등 폭염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도 공무원들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햇빛이나 피하고, 수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하는 식의 개인적인 예방 수준을 넘어섰다.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근본적인 후속대책을 강화해야 할 때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피해 보상근거를 마련하고, 전력수급 계획과 시설물의 안전점검 등으로 폭염이 인재 사고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종합대책 마련 이전에라도 대민 응급 지원 만큼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주민센터와 보건소, 경로당 등 무더위 쉼터로 활용될 만한 곳은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해서라도 주말 없는 24시간 근무체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의 언급처럼 이번 폭염이 국가적 재난이라면 전기료 인하 작업 또한 지체없이 실행되는 게 맞다. 늘 그렇듯 재난 대응에서의 최우선 요소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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