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호.jpg
▲ 장주호 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우울, 불안, 분노, 적대감 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청소년 자살 비율이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자살 사건은 다른 연령의 자살보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탓에 OECD 국가들 중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은 충동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버텨주고 있었던 우리의 청소년들이 특별한 징후가 없다가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첫 번째,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 정신적인 요인이다. 우울증의 경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사람의 90% 이상이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중 우울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 주장을 펴지 못하고 갈등이 생겨도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등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두 번째로 학교 폭력과 왕따이다.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이 지능적이면서 과격해지고 저연령화돼 가는 등 성인범죄 못지않게 변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 사이에서 금품갈취, 신체폭력, 따돌림 등이 생겨나고 있으며, 무리를 지어 다니며 세력을 과시하는 탓에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몇몇 아이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등 수법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세 번째로, 학업 스트레스이다. 본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명문대를 가기 위한 무한경쟁 속에서 똑같은 일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삶 자체를 무가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네 번째로, 무분별한 매체와의 접촉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본받아 본인들의 자립적인 생각을 만들어 갔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각종 영상 매체나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인해 여과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이렇듯이 우울증, 학교 내에서의 학업과 폭력, 무분별한 매체와의 접촉 등 올바른 의식을 향상해야 할 민감한 시기에 당면한 문제를 자살로 회피하려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사실 정말로 죽으려고 하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런 이유로 자해를 시도하다가 자살에 이르게 되기에 자살 실패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말은 곧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어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힘이 들었는지 물어보며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청소년들이 스스로 의식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이겠지만 이정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어른들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며 공감하고 도와주는 것이 결국 최선인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