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로 신도들을 이주시킨 뒤 종교의식을 빌미로 폭행을 가한 목사와 신도들이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수상해, 특수감금,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A(59·여)목사 등 4명을 구속하고, 교인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목사 등은 2014년부터 교인 400여 명을 피지로 집단 이주시켜 생활하면서 ‘타작마당’이라는 자체 종교의식을 앞세워 신도 10여 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집단생활 중 귀국을 희망하는 일부 신도들에게 여권을 주지 않는 등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A목사 등은 일부 신도로부터 비자 발급 명목으로 모두 2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피해를 호소한 일부 신도들은 "교회 측에서 ‘비자 비용으로 1인당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니 아낌없이 헌금해 달라’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신도 중 일부는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 이하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피지로 보내 자녀 교육을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는다. A목사 등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모든 것은 성경에 적힌 대로 행한 것이고 타작마당과 폭행은 전혀 다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지 현지에서 지금도 공동체 생활을 하는 상당수 신도도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9월 한 종교단체가 피지를 ‘최후의 낙원’이라고 소개해 신도들을 현지로 이주시킨 뒤 폭행·감금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는 한편 외교부 및 피지 당국 등과 협의해 집단생활 중인 신도들의 거취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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