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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과 사투 벌이는 노인.(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1동 주민센터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동 주민센터 관할 지역 안에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주공4단지아파트에 거주하는 90대 할머니가 찜통 더위에 아파트 창문도 못 열고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전화 제보에 화들짝 놀란 동 주민센터는 동장과 복지팀장, 공익요원 등 3명이 신속히 출동했다.

제보 속 할머니는 올해 아흔여섯 살 되는 A씨였다. A씨는 최근 대상포진을 앓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 비좁은 방안에 적치된 많은 양의 물건들로 창문을 열 수 없어 가마솥으로 변해버린 집 안에 갇혀있던 것이었다.

평소 교회를 함께 다니면서 A씨를 살갑게 챙겨주던 같은 동 윗층에 사는 B씨가 폭염으로 힘들어하는 A씨의 건강이 염려돼 동 주민센터에 신고, A씨가 폭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장에 나간 공무원들은 즉각 장애물을 모두 치워 정리하고 창문을 보수한 후 이를 열어 뜨거운 집 안 열기가 나도록 환기 조치했다. 또 선풍기를 점검하고 폭염 시 건강관리 수칙을 안내했다. A씨는 "창문이 다 열리니 마음이 다 시원해져서 소나기가 내리는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변희주 매탄1동장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매일 안전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폭염을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주민들도 이웃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원시는 누구나 언제든지 무더위 쉼터를 찾아 쉴 수 있도록 경로당 등 총 487개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냉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109명이 저소득층 독거노인 3천69명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폐지수집 노인에게는 쿨토시·쿨스카프·의료키트·마스크 등을 여름철 안전장비를 지급했다. 저소득층 노인들에게는 선풍기 434대, 휴대용 선풍기 288대, 여름이불 65채, 제습기 35대, 냉방비 158가구를 지원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부천시는 모든 공공청사를 무더위쉼터로 개방하고 노인·장애인·영유아 등 폭염취약계층을 위해 잠자리 쉼터 제공에 나섰다. 여주시방문보건센터는 노인 온열질환 및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 휴대용 선풍기를 배부했으며, 의왕시는 최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과 함께 고천동 지역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30명을 찾아가 삼계탕과 수박을 전달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노약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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