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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들어 처음 열리는 올해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곧 개최될 전망이다. 국외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위기와 국내적으로 경제 부처 간의 갈등, 엉터리 백신 접종 사태로 급격히 악화된 여론, 시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에 대한 미묘한 견제가 논의의 핵심을 이룰 것이란 보도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베이징에서 300㎞ 떨어진 휴양도시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 겸 열리는 대회의에는 공산당,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5대 권력기관의 전·현직 간부와 지방 주요 지도층이 모두 참석해 현안을 논의하며 주요 결정을 이뤄내기에 전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며 우리의 경우는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회에 미칠 영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므로 예의주시하게 된다.

 시 주석은 4년 전 "170년 전 아편전쟁 이후 중국 부활의 꿈에 이토록 가깝게 다가간 적이 없다"고 했었다. 덩샤오핑이 ‘도광양회 결부당두 유소작위’라고 했던 이후 중국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다른 나라 사정에 끼어 들지 말고, 각국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유시는 시 주석의 ‘화려한 칼춤’으로 바뀌는 일종의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도광양회’ 시대는 끝났고 미국과 한판 붙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드러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었다.

 사실 현재의 경제 성장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30년을 전후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술 강국이 되지 못 하도록 지식재산권 침해 단죄, 첨단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무역 전쟁을 일으킨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시 주석은 최근 들어 "선조가 물려준 영토는 한 치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남중국해와 타이완 문제에 강력한 발언을 쏟아내고 미국 기업인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놓는 게 아니라) 펀치를 날리겠다"면서 군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중국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졌다. 그러면서 "도광양회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발언도 했다. 시 주석의 노림수는 간단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화려한 칼춤’은 거둘지 모르나 ‘칼’을 감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 대외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대책 변화, 미국의 타깃인 무역 불균형에 대한 전략적 조율은 물론이고, 시 주석의 지도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보도는 그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칭화대 교수의 시 주석 비판, 베이징대 캠퍼스에 나붙은 대자보, 시 주석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한 사건 등이 잇따랐으나 중국의 체제는 인민 개개인이 최고 권력자 선출에 관여할 공적 통로를 갖고 있지 못하며, 그들은 전통시대에 ‘황제독재체제’의 긴 세월을 경험한 DNA가 있다. 더구나 시 주석은 당·정·군을 확실히 장악한 데다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대부분이 측근들로 구성된 체제 중심에 있다.

 우리는 사드 배치에 따른 온갖 보복을 이미 경험했다. 시 주석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결코 호의적인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을 충분히 보았다. 개인처럼 사회도 선택했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은 누적된 경험의 지층 위에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과거의 중국, 오늘의 중국이 똑같지는 않아도 지리적 요인 때문에 항상 우리는 영향을 받았다. 통일 중국이 생기면 한반도가 요동쳤고 깊은 상처를 받고 쓰라린 경험도 했다. 그들의 힘이 강해지면 우리는 침략을 받거나 복속 당했던 것이다. 미국과의 알력 탓에 일시적으로 태도가 바뀐다 해도 그들의 도광양회는 언젠가 끝난다. 얼마나 미뤄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국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현실 직시가 필요한 이유다. 일단 2020년이 고비라고 본다. 그해 트럼프 재선 여부가 결정될 테니 말이다.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중국의 국내외 정책의 주요 결정이 이뤄지나 논의 결과는 결코 공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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