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65·사진) 전 이란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 신임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한국 축구팬들은 크게 환영하는 눈치다.

케이로스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은 지난 5일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통해 불거졌다.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축구협회가 케이로스와 접촉해 감독 선임을 협의했다"고 공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케이로스 감독 접촉설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정황상 케이로스 감독에게 영입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로스 감독은 현실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만한 적임자로 꼽힌다. 일단 풍부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포르투갈 유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석 코치 활동을 하며 전술적 기반을 쌓았다. 최근엔 7년 동안 이란을 지휘하면서 아시아 축구를 충분히 이해했다. 약팀이 강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에 0-1, 포르투갈에 1-1, 모로코에 1-0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끌어냈다.

몸값도 합리적이다. 지난 5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축구협회로부터 약 25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는 A급 감독의 몸값이 50억원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40억원을 기부하면서 두둑한 실탄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축구팬들은 케이로스 감독이 협회의 간섭과 줄타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란 축구대표팀에 자기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이란과 협상하면서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병역을 마치지 않았어도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국제 대회 참가를 위해 외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고의 선수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발해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는 우직한 고집이다.

사실 케이로스 감독은 그동안 한국 축구팬들에게 ‘밉상 감독’으로 불렸다. 그는 이란 대표팀을 7년 동안 맡으면서 한국 축구의 길목마다 소금을 뿌렸다. 케이로스의 이란 대표팀은 5번의 한국전에서 4승1무를 기록했다. 월등한 체력과 체격을 발판으로 수비축구를 펼치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흔들었다.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경기에선 1-0으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는 추태를 범하기도 했다. 숱한 악연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팬들이 케이로스 감독 부임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 축구의 암울한 현실과 맞닿아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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