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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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 사장
최근 마무리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경기는 전통대로 개최 대륙인 유럽의 프랑스가 우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유달리 이변도 많아 FIFA 랭킹 세계 1~4위의 강팀들이 대거 초반 탈락하는 등 시종 흥미롭게 진행됐다. 이변의 중심에는 세계 최강팀 독일을 2 : 0으로 격파한 한국팀의 활약도 있었는데 정작 반응은 유럽의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더욱 뜨거웠다. 축구 종주국이면서도 월드컵에서 이렇다 한 성적을 내지 못한 잉글랜드는 물론 축구 변방으로 취급받던 프랑스의 축구팬들은 독일의 패배를 자신들의 승리인 것처럼 환호하는 모습은 유럽 각국이 EU라는 형태의 틀 안에서도 미묘한 지역감정의 편린을 느낄 수 있다. (잉글랜드가 속한 영국은 현재 EU 탈퇴 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는 EU 멤버임)

 더욱 흥미로운 사건은 잉글랜드와 벨기에의 4강전에서 잉글랜드가 패배하자 잉글랜드와 한 나라인 UK(한국에서는 영국으로 통칭함)를 구성하는 스코틀랜드 관중들은 환호했다. 스코틀랜드 관중들이 가진 옆 동네인 잉글랜드에 대한 지역감정의 심각성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 코카서스 3국

나는 최근 요즈음 한국의 예능 프로에 소개돼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는 코카서스 3국을 여행했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훨씬 전인 AD 301년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공인한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AD 330년 이후 기독교 국가를 유지하는 조지아(이전에는 러시아 발음인 그루지아로 불리었으나 반러 감정으로 영어식 개칭)와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3국은 전체 인구가 1천500만 명 정도이며 소득은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약 US 5천$ 수준의 작은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적 자긍심은 매우 높아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예수 사망 이후 300년 이상 방치된 예루살렘의 성지를 복원하는데 혁혁한 역할을 한 아르메니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이전까지 세계 석유 공급량의 50%를 차지해 2차 대전의 독일과 소련의 석유 쟁탈 혈전이 벌어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 역시 1900년대 초기 석유시대의 산업화에 첨병 역할을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코카서스 3국은 해상 운송이 매우 불편해 경제발전의 중심에서 소외돼 생활 경제는 매우 빈궁하나, 주변 이웃과의 국경, 인종분쟁 등으로 국민소득의 많은 부분을 소모적 국방 비용에 지출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의 형편도 비슷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15개 국과 대부분 국경과 민족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고 일부 국가와는 최근까지 전쟁의 경험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 바람직한 한일관계

한일 관계는 기원후부터 약 2000년 정도의 교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일부 학자는 백제가 멸망하기 전인 AD 660년 까지를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의 5국시대로 이해할 정도로 우리 역사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한일관계 2000년 역사 중 대부분의 시기는 일부 부분적 갈등이 있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상호 보완적 관계로 우호적 교류가 이뤄져 왔다.

 한일 간 최초의 적대적인 대규모 전쟁은 1274~1281년 기간에 발생한 여몽연합군(麗蒙聯合軍)의 일본 원정(遠征)으로 비록 여몽연합군의 침략이 실패했으나 일본에 큰 충격을 주며 지도부에 대한 리더십 위기로 번져 이후 피비린내 나는 일본 전국시대의 서막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게는 1592년부터 7년간 있었던 임진왜란과 1910~1945년 36년간 일본의 식민수탈 시기의 가슴 아픈 기억이 생생히 존재하고 있다.

 현재 한일관계는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도 양국의 마음속에는 과거사에 대한 앙금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한일 양국은 모두 문화적 자긍심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에 쉽게 화해와 용서가 잘 안되는 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으나, 일본에게 질 경우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반도는 지금 세계 최고의 경제 발전 지역인 동북아의 연결고리(Link Pin)에 위치해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한중일과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소모적 충돌을 지양하고 평화적 경쟁 파트너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상정해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통일 한국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과 미래지향적 동북아의 평화적 협력을 공고히 하여 평화체제를 정착하는 일인데 이웃 국가 특히 중국,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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