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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청라 로봇랜드. /기호일보 DB
인천로봇랜드가 10년 넘게 허송세월을 보낸 데는 복잡한 지분 구조가 한몫했다. 절반이 넘는 지분을 갖고도 인천시는 민간투자자에게 끌려다녔다. 최근 시와 땅 주인 인천도시공사는 조성실행계획 변경안을 만드는 데도 이견을 보인 민간투자자를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인천로봇랜드(SPC)의 지분은 인천시 53.11%(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49.99%·인천도시공사 3.12%), 건설투자자 30.71%(㈜한양 19.04%·두손건설 10.75%·도원건설 0.92%·피코노스아시아㈜ 5.95%), 전략투자자 16.18%(㈜LG CNS 3.41%·㈜포스코ICT 3.41%·LG전자㈜ 3.41%) 등으로 구성됐다.

시와 도시공사, 민간투자자는 지난 2월부터 조성실행계획 변경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3월 시와 도시공사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시가 환지 방식으로 주도하는 방안을 짰다. 도시공사 자산가치는 기반시설 후 감정가격으로 보전하고, 기반시설과 테마파크는 토지매각대금으로 시설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4월 일부 민간투자자가 환지 방식에 반대하면서 두 달 동안 10여 차례 TF회의를 더 열었다. 진통 끝에 환지 방식의 종전가치 3천442억 원을 명문화하고, 주거용지와 테마파크 투자의향서 등이 사전에 제출된다면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민간투자자의 답을 듣고서야 이사회에 조성실행계획 변경안을 올렸다. 이는 기반시설 설치로 토지가치 상승만큼 땅을 갖는 환지 방식을 왜곡한 데다가 손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민간투자자의 속셈이 배어 있다.

SPC 주주 간 협약서도 로봇랜드 표류의 원인이다. 사업 추진 주체인 SPC가 민간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협약상 SPC를 구성하는 주요 주주들이 민간자본 유치를 의무적으로 하는 강제조항이 없어서다. SPC의 주요 주주들은 민자 유치보다는 부지를 어떻게 더 비싸게 팔지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로봇랜드호(號)를 이끄는 선장들도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SPC 대표이사(임기 3년) 연봉은 2012년 1억5천600만 원, 2014년 1억2천500만 원 등 고액이다. 최근 경영 악화 등으로 연봉을 9천800만 원으로 자진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이 대표를 추천하다 보니 IT나 로봇과 관련이 적은 비전문가가 대다수였다. 시장 측근이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여겨졌다. 2009년 7월 설립 후 초대 SPC 대표는 전의전 당시 인천정보산업진흥원장이 맡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자 1년 3개월 만에 물러났다. 2010년 12월 김도영 광운대 객원교수가 임명됐지만 시가 김 대표의 외자유치 실패 책임을 물어 1년 만에 자리를 떠났다. 2012년 1월 전재홍 전 한양 부사장이 취임해 처음으로 임기를 채웠다. 2015년 1월 김동호 전 시 항만공항해양국장과 올해 초 정중석 전 시 감사관 등이 SPC 대표를 맡는 등 시 공무원 출신이 뒤를 잇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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