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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례 W아너소사이어티 회장
절기로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여름은 우리나라에서 날씨를 관측한 이래 가장 극심한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연일 40도를 웃도는 재난 수준에 이른 불볕더위 속에 여름나기가 버거운 취약계층 서민들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홀몸노인을 비롯해 저소득 계층, 노숙인, 쪽방 주민, 건설현장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관리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인구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 중노년층으로, 폭염이 가장 심각한 시간대에 홀몸노인이 여름철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소득·주거·건강 등이 취약한 홀몸노인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의 1대1 가정방문과 안부전화를 통해 기초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폭염대비 행동요령을 교육하는 한편, 건강에 이상이 보일 경우 즉시 의료기관에 연계하는 등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노숙인, 쪽방촌 주민에 대한 거리 순찰과 상담 활동을 확대하고 무더위쉼터 및 샤워장 등의 운영도 확대해 피해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공사현장은 공정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위 속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건설·산업근로자들의 안전보호를 위해 무더위를 피해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울러 폭염으로 실직하거나 휴·폐업하는 등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생계비, 의료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폭염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관민이 함께 집중해서 안전사고와 폭염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난이라고 불릴 정도로 계속되는 폭염에 취약한 계층, 서민 보호는 지자체의 당연한 업무다. 물론 일선 지자체들도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에 그늘막을 설치하는가 하면 경로당 무더위 쉼터 등에 선풍기, 에어컨 설치 및 정비 등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또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변에 매일 물을 뿌리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는 하나 근본적인 처방에는 부족해 보인다. 지자체 차원을 넘어 국가에서도 전체적인 취약계층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폭염’을 재해나 재난으로 포함시켜 관리와 보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 법률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폭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특별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는데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인정받기 어렵다.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인정되면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을 폭염 피해 대응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제도적 근거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 속 노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각별한 보호·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폭염이 수그러들 때까지 취약계층 보호에 재원이 필요할 경우 긴급 예산 편성을 해서라도 이들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가 힘겹게 폭염과 싸우고 있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전기료 누진제를 7∼8월 두 달만 완화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눈곱만큼 깎아주는 보여주기식 완화책이 아니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폐지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이변과 맞물려 폭염은 앞으로 계속될 재난의 한 유형이 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예상치 못한 형태의 기상이변 또한 자주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록적인 폭염에 고통받고 있는 이번 여름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대책은 물론, 긴 안목에서 어떠한 기후에도 시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과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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