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로 개학을 연기하거나 임시 휴업하는 등 학사일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개학이 폭염과 겹친 것은 여름방학이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5일 수업이 시행되면서 부족해진 수업시수를 맞추기 위해 방학을 늦게 하고, 개학을 앞당기면서 학생들이 불볕더위에 노출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중·고교 가운데 여름방학 기간이 20일 이하인 곳은 모두 134개 교로, 전체의 12%에 달한다. 불볕 더위에 짧은 방학기간이 겹치면서 학부모와 학생, 교원 등이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아직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갈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개학을 늦추거나 휴업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지만 전력난도 예상되고, 건물이 낡은 데다 학생들의 체열까지 고려하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학교는 폭염 등으로 시설 공사가 늦어져 개학을 연기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짧아진 이유는 최근 2월 학사를 축소하는 경향과 대입수능 이후 수업일수 단축 등을 위해 여름방학 기간을 단축하는 추세에 기인한다. 그러나 짧아진 여름방학 기간만큼 최대 겨울방학 기간이 두 달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학사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자녀 생활 지도에 어려움이 불가피해진데다 교원들은 각종 연수와 재충전 등 2학기 준비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학사일정은 학교장의 결정 사항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제기된 불만과 지적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수업 시수를 조정하거나 가을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름방학이 줄어들면서 개학이 폭염과 겹치고, 수업까지 불가능한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건강권, 학습권을 고려한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해 보인다. 기후이상이 더 이상 이상이 아니라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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