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에 접어든 인천지역 노인들의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노인생활실태 조사보고서’에서는 지역 내 거주하는 1천여 명의 노인 중 35%가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자살예방센터의 최근 3년간 ‘인천지역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 통계’를 보면 2014년 172명, 2015년 204명, 2016년 189명의 노인 자살자가 발생했다. 성별로는 2014년(남 116명, 여 56명), 2015년(남 140명, 여 64명), 2016년(남 127명, 여 62명)이다.

지역 내에서 발생한 자살자 중 약 25%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인천지역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0%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노년층의 자살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천지역 65세 이상 노인층의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은 2000년 평균 38.0에서 2016년 60.1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최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던 A(65·여)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이웃에게 발견됐다. A씨는 과거 수술 후유증으로 장애가 생겼다. A씨가 장애를 앓아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자 그의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고 자주 집을 비웠다. 방임과 폭력을 이기지 못해 집을 나와 지인의 집을 전전하던 A씨는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 자살을 결심하고 집 주변 야산을 찾았다. 같은 시간 산을 찾은 이웃에 의해 발견돼 경찰에 인계된 A씨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심리상담 치료를 받았다.

인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B(76)할머니는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의 집안일을 대신 해 줬으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다. 할머니는 요양보호등급을 신청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아들 내외가 거부해 하지 못했다. 경제적 학대와 방임을 당한 할머니는 자살 충동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찾아오는 직업과 사회적 관계의 상실 및 축소,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저하, 질병 등과 함께 배우자 및 자녀와의 관계 변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우울과 자살 충동의 주된 원인이라고 꼽는다.

인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시와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 노인 관련 기관에서 인천 노인인구 및 특성을 파악해 자살 위험에 빠진 노인 사례를 발굴·예방하고 관리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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