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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숙 화성동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행정관
"엄마, 부엌에서 타는 냄새 나요!"

 "어머~못살아!

 기억이 안 난다. 방금까지 된장찌개 끓여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다 친구 전화 받고 수다삼매경에 빠져서는 깜빡 잊고 말았다. 너무 놀라 부엌으로 달려가보니 된장뚝배기가 까맣게 타고 있었다."내가 미쳤네… 미쳤어." 자책하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우리 아들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요새 내가 그렇다.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직장이며 집이며 완벽한 성격도 아니면서 툭하면 까먹기 일쑤고 그것도 모자라 ‘이 정도면 괜찮다’고 혼자 위안 삼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각할수록 피곤하니 그저 잊고 사는 게 편하고 좋을 것이라는 자기최면에 빠져 그걸 즐기고 있었다. 내가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너무나 당연히 기억해야 하는 걸 잊어 버린 것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서 잊는 건 당연하다’는 자기최면 말고 내 기억 너머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린 것을 자책하고 있었다. 무엇을 잊어 버렸을까? 그 수많은 시간 우리에게 절실했던 인권은 귀찮고 힘든 것이니 그저 버리고 잊어버리자 마음먹고 버린 적은 없는가! 그러다 억울한 일 앞에서 부당하다 돌려 달라 외치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적은 없는가!

 늘 힘들었던 시간은 지나가지만, 어느 순간 기억을 잊고 모른 척하는 것이 사는데 도움이 될 거라 우리는 스스로를 기억상실증 환자로 매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통 인권으로 인한 뉴스가 도배되고 있는 요즘 내 일이 아니라고 넘기기에는 우리들이 너무 방관된 기억상실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잊고 싶어도 몸과 마음으로 기억해야 하는 단어! 그 단어가 바로 인권이라는 단어인 것이다.

 기억상실증이라는 핑계로 기억해야 하는 일을 망각해 버린 채 세상을 사는 건 반드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권리마저 무책임하게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모든 걸 잊어버리자 마음 먹는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발전도 더 이상의 희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권은 잊어야 하는 단어가 아니라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기며 내 권리를 찾아야 하는 단어인 것이다.

 그래서 ‘기억상실증’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버리고, 시민들에게 심장을 뛰게 만들어주는 일도 우리 경찰들이 해야 하며 힘든 현실을 도피하지 말고 당당히 나설 수 있게 해 주는 일 또한 경찰들의 의무인 것이다.

 긴 시간이었다. 결코 아픔을 함께 할 수 없을 거 같았던 시민과 경찰!

 하지만 과거 어렵기만 했던 관계의 변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로 지금 현 시대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또한 변화되는 시대 속에 경찰은, 시민들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가 인권의 심장을 강하게 뛰게 만들어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것이다.

 뜨겁기만 한 2018년 여름.

 희망이 현실로 바뀌는 날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화성동부서 경찰은 시민들의 참인권을 위해 한곳만 바라보며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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