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원 38명에 대한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책임을 사실상 피감기관에 떠넘긴 참으로 몰염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국민권익위원회 요청에 따라 해당 피감기관에서 진행 중인 자체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감기관들이 결과를 통보해오면 국회의장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감기관에서 문제 제기를 하면, 그에 따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을의 입장에 있는 피감기관더러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조사해 고발하라는 예기인데 어떤 피감기관이 감독기관을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수사를 의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김영란법 위반 사항의 경우에는 피감기관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피감기관에서 소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결국 국회는 피감기관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위반 소지가 있는 이들 의원들에 대한 책임 소재의 판단 여부를 피감기관에 떠넘기는 후안무치한 작태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회는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20대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음에도 국회가 이를 거부한 채 시간을 끌 요량으로 항소장을 접수하겠다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가 국회 특수활동비와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런 방안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 믿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제 식구 감싸기를 하지말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근절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원 38명에 대해 관련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 즉각 자체 조사에 나서야 한다. 또한 특활비 내역도 당장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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