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미세먼지, 폐수를 잡는 공사를 ‘건설산업기본법’의 기계설비공사 업체가 해야 할까 아니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의 환경전문공사 업체가 해야 할까?

엉뚱하게도 기계설비공사업체가 맡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기와 수질, 소음·진동 저감시설 설치공사에서조차 환경전문공사 업체가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의 A자치단체가 지난달 24일 생활폐기물 중간처리시설의 악취개선공사(추정금액 7억4천500만 원)를 나라장터에 입찰 의뢰하면서 업종을 ‘기계설비공사업’으로 제한했다. 충남의 B자치단체도 지난달 31일 추정 금액이 3억8천700만 원인 일반산업단지 폐수처리시설 개선공사를 역시 나라장터에 입찰을 의뢰하면서 ‘기계설비공사업’으로 업종을 묶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법이 현실에서 왜곡돼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상 환경 설비를 설계·시공할 수 있는 업종은 ‘산업·환경설비공사업’이다. 이 업종은 자본금이 법인의 경우 12억 원(개인 24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 기사 또는 중급 이상의 건설기술자 6명을 포함한 산업기사(초급인 경우 12명 이상)를 둬야 한다. 그만큼 자본과 인건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는 환경 설비 설치공사의 경우 대부분 ‘기계설비공사업’이 맡는다. 기계설비공사업은 자본금이 법인이나 개인 모두 2억 원 이상이면 된다. 초급 이상의 건설기술자 2명 이상만 두면 등록기준을 만족한다. 자본금과 인건비가 덜 든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기계설비공사업체가 환경 설비를 시공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가 환경 설비 설치공사에서도 기계설비공사업으로 업종을 한정하면 그만이다. 그 상대적 피해는 환경전문공사업체가 떠안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자격이 없는 기계설비공사업체가 환경설비 공사를 맡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환경전문공사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대기와 수질 등 분야별로 최소한 고급기술자인 기술사와 환경기사를 1명씩 둬야 한다. 기계설비공사업이 부담하는 인건비보다 훨씬 많다.

인천환경전문공사업협회는 지난 7일 기계설비공사업체에 환경 설비 공사를 맡기는 것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이 정한 환경전문공사 업체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한편 인천지역에는 70여 개의 등록 환경전문공사 업체가 있으며, 협회 소속은 업체는 50곳이다. 인천지역 환경설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환경전문공사 업체의 점유율은 15∼20%에 불과하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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