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과 학교생활기록부 개선 등 교육 분야에서 진행된 두 차례 공론화 결과가 모두 비판을 받자 남은 공론화 과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거나 교육 현장의 갈등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하반기에 학교폭력 대응 방안과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 허용 여부 등을 정책숙려제로 결정할 계획이다.

정책숙려제는 교육부가 잇단 정책 혼선으로 비판받자 올해 1월 들고 나온 대안이다. 국민 관심이 높은 정책이나 발표 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의 경우 발표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고 토론 등을 통해 대안 모색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진행한 대입개편 공론화와 절차는 다소 다르지만, 민감한 정책의 결정 권한을 시민 손에 넘긴다는 데서 일종의 공론화 작업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나치게 꽉 조이는 교복을 ‘편안한 교복’으로 바꾸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9월까지 시민 1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의제를 만든 뒤 학생·학부모·교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300명 규모 시민참여단 의견을 바탕으로 ‘교복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 대입 개편이나 1호 정책숙려제 안건인 학생부 개선안 모두 공론화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교육 현장에서 수긍할 만한 결론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가교육회의가 내놓은 대입 개편 권고안의 경우 사방에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해 온 이들은 국가교육회의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확대를 요구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사실상 현행 유지에 가까운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대로 수시모집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 역시 수능 절대평가의 필요성이 확인된 점 등을 고려해 공론화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주요 항목 가운데 ‘소논문’ 항목만 손을 본 학생부 개선안을 두고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유지에 가까운 권고안으로는 지금껏 문제가 된 학생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부터 이해관계집단의 의견을 경연하듯 보여 주고 시민이 평가하도록 한 정책숙려제는 교육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학교폭력과 유아 영어교육 문제까지 공론화한다면 또다시 현행 제도와 비슷한 ‘도돌이표’ 결론이 나오거나 교원단체·시민단체 등 교육 관계자들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입 개편 공론화에 참여한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육주체들을 ‘닭싸움’시켜 시민들의 ‘표’를 얻게 하는 공론화 방식 때문에 현장에서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교육당국이)민감한 결정은 모두 시민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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