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의회 이정우(한·55)의원은 경기도내 유일한 야당 기초의회 의장이다.

2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4년 전 도의원에 출마해 낙선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4년 동안 10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어려운 시간도 보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을 보낸 이후 보다 겸손하고 단단해진 마음으로 군의회에 입성, 여소야대 구조 속에 초선 의원으로 의장직을 맡았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 의장은 무엇보다 ‘소통’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조했다. 선거운동부터 정책·시책성 공약보다 군의회의 의무와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바다. 본보는 이 의장을 만나 앞으로의 의정활동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의장과의 일문일답.

-의회 본연의 임무와 소통을 강조했는데.

▶선거 전부터 의원의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다. 거창한 정책성 공약보다는 의원의 역할을 확실히 실천하겠다고 했다. 선배 의원들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 양평군의회가 올바르고 건강한 의회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8대 의회는 군민들을 위해 공부하는 의회, 연구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 총 7명의 의원 중 5명이 초선이다. 의원들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3∼4번씩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질의하는 모습을 봤다. 이게 군민이 바라는 바다. 군민의 눈높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군민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소통은 서로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교환하는 것이다. 항상 군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의장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어 두고 있다. 의원 간 소통의 시간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집행부와도 계속 소통할 거다. 집행부가 민심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각을 세워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갈등 해소는 군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4년 전 광역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전화위복하게 됐다.

▶4년 전 선거 때는 4천929표를 받았는데 그 정도 지지면 기초의원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신을 속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역을 위해 도 예산을 따온다고 해 놓고 표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고 싶진 않았다.

낙선 후 4년 동안 시장통에서 도너츠도 팔아 보고 누군가에게 속아도 보고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사회가 녹록지 않다는 걸 배웠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퇴직 후 외부에서 공무원을 보니 권위적인 모습이 보였다. 현직에 있다 바로 기초의원이 됐으면 내 자신이 더 권위적으로 굳어지지 않았을까.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죽기 전 돌아봤을 때 이 4년의 시간이 내가 가장 아름답고 멋있게 보낸 시간일 것이다.

-양평은 귀농 선망 지역으로 이주민이 많다. 주민 간 갈등 해소 방안은.

▶원주민과 이주민 갈등보다는 이주민들 간의 분쟁이 심하다. 누가 먼저 이주해 왔느냐는 것이다. 10년 전 왔을 때 마을 주민들에게 발전기금을 줬으면 그 사람은 들어온 사람한테 또 그걸 요구하는 식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또 부동산업자의 말만 믿고 개발행위를 해 주변 거주자들과 마찰이 생기도 한다.

갈등은 법적 절차보다 의회의 조정 역할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법적 분쟁은 결국 마음에 앙금만 남긴다. 의회 내 분쟁 조정 기구까지는 아니어도 사안이 있을 때 의원들이 직접 나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직접 민원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며 동시에 집행부와 협력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다.

-군민들에게 한말씀.

▶8대 군의회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앞으로 지켜봐 주면서 여러 의견들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군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지 살펴주시고, 아닌 경우 서슴없이 질책해 주셔야 한다. 특히 군민과 자주 소통해 나가면서 군의회가 정말 선진화된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양평=민부근 기자 bgmin@kihoilbo.co.kr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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