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는 것은 지난하기만 했던 한국경제에 폭염 속 소나기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은행법 전체의 개정이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지난 7일 대통령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보 진영의 반대가 만만치 않음에도 혁신성장을 위해 결단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은산분리는 결코 신성불가침의 언터처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금융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낙후된 가장 큰 이유도 ‘은행의 건전성 확립’을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동일시한 위정자들의 그릇된 정치 신념에서 기인한다. 문제의 원인이라 할 은행업 자체의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외부의 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다 보니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은산분리 옹호론자들이 흔히 제기하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2013년 동양증권 사태도 은산분리까지 갈 일은 아니다. 대주주가 어느 은행에서든 불법적으로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금융제도만 정비하면 될 문제다.

 이미 20년 역사가 넘어선 인터넷 전문은행이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야 겨우 두 군데서 첫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과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규모 확장을 위한 자본금 확충이 어렵고, 일반 은행과의 서비스 차별화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며, 시너지 효과를 줄 ICT 기업의 참여도 막혀 있다. 그래서 이번 법안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지 않나 싶다. 어차피 미래의 은행업은 비대면·온라인 기반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인터넷 전문은행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이들 모두가 은산분리 완화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만들 듯 이번 조치도 거대한 금융 규제의 댐에 균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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