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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번자반(走蕃仔反)과 ‘인식 타이완’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8월 15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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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타이완이 중국의 일부인가? 아니면 독립국으로 대접해 중국과는 별개로 봐야 하는가?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대륙의 지배를 다투다가 패배해 ‘무능·부패’로 낙인 찍혀 서방의 지지를 잃은 장제스가 1949년 타이완으로 도망쳐 명맥을 유지했다. 사실 위태롭기 이를 데 없었다.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앞장서 장제스의 독재정치를 옹호했고,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 정부로 자리를 잡았다. 이 독재정부가 무너지게 된 것은 1971년 유엔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 대표권 귀속 문제’를 투표에 부친 이후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28개 회원국 가운데 찬성 76표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대 상임이사국이 됐다. 타이완은 국가로서의 국제법상 지위를 잃었다.

 원래 타이완은 청의 복건성(福建省)에 속했다가 1885년(인천이 개항한 2년 후)에 성으로 승격했다. 그랬다가 시모노세키 강화조약으로 일본에 할양이 결정됐다. 이때 당경숭이란 관리는 "만민 분개하여 그 세력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간악한 무리들은 이를 틈타 난동을 부린다. 조정에서 이미 버린 땅, 신(臣)은 무마할 수가 없다. 약속할 필요도 없다. 왜인(倭人)이 타이완에 도달하여 타이완 사람들이 항쟁한다면 신, 이 또한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타이완의 주민은 산에서 사는 고산족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륙에서 이주한 자들의 자손이었고 그들은 타이완 할양에 반대해 접수하러 오는 일본군에게 저항하려 타이완 민주국을 성립하고 당경숭을 총통으로 만들었다. 그는 ‘대궐을 바라보며 9번 절하며 죄를 용서받고 북면(北面 : 신하가 황제를 바라봄)하여 임무를 받아 대곡(大哭)하며 들어간다’는 연극을 연출하며 총통에 취임했다. 하지만 며칠 후 일본 군함이 나타났고 타이완에 상륙했다. 이 전후 시기를 타이완에서 번자반(蕃仔反)이라 했다. 번(蕃)은 외국인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일본인을 가리키며, 그 속에는 야만인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자(仔)는 친애나 경멸의 감정이 포함된 말로 여기서는 경멸을 의미했다. 반(反)이란 일본인들이 일으킨 난(亂)이라고 보면 타당하리라. 결국 ‘주번자반’이란 타이완을 점령하려고 나타난 일본군의 난으로부터 피난하는 것을 말했다.

 타이완에서 화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바로 주번자반으로 대륙에 일시적으로 피난했다가 나중 돌아온 사람을 중국인으로서 타이완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장제스와 그 아들 총통이 죽은 후 집권한 리덩후이 총통은 ‘인식 타이완’을 제정하면서 해괴한 역사관을 내세웠다. 한마디로 타이완의 대륙과 다른 역사를 강조하다가 식민 통치를 실시한 침략자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역사 왜곡을 중학교용 지리, 역사, 사회교과서에 집어넣은 것이다. 심지어 그는 "나는 스무살까지 일본인이었다"고 식민지 지배의 합법성을 긍정하고 필리핀 마닐라 시가전에서 일본 군인으로 죽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형을 찾아 참배하며, 형을 합사해 준 일본 천황 폐하의 ‘일시동인(一視同仁 : 모두 천황 폐하의 자식으로 똑같이 사랑함)’에 감읍하기도 했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이 바로 리덩후이의 맹목적 친일성을 ‘타이완 정체성 만들기’의 논거로 삼는 정치세력이다.

 요즘 북핵 문제를 비롯해 동북아시아는 격변에 처해 있다. 정상국가로 진입하려는 북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무역전쟁, 개인숭배 분위기를 띄우며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려는 중국 지도부, 이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일본 총리, 그리고 타이완의 정체성 정치 등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베이다이허 비밀회의가 개막됐고 신화통신은 당 중앙 조직부장 천시가 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이 회의 주재는 당 중앙 서기처 서기의 몫. 그렇다면 왕후닝이 했어야 할 일이 바뀐 것이다. 왕후닝의 낙마를 보도하지는 않았으나 수많은 억측이 나돈다.

 대한민국, 북한, 중국, 타이완, 일본 5개국의 역할에 대해 감상적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 속에 담긴 의미와 왜곡의 실상을 제대로 바라볼 일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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