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웅 교수(왼쪽),배종빈 임상강사
▲ 김기웅 교수(왼쪽),배종빈 임상강사
여성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나이가 든 후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져 학계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특히 출산 경험이 5회 이상인 여성의 경우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보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될 확률이 70%나 높았으며, 유산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유산한 적 없는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기웅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배종빈 임상강사)은 국내 60세 이상 여성 3천574명과 그리스 여성 65세 이상 1천74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70% 높게 나타났다. 또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절반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여성과 그리스 여성을 각각 분석했을 때도,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여기에 치매가 아닌 여성들에서도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간이정신상태검사를 실시한 결과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점수가 1~4회 경험한 여성에 비해 낮았으며, 유산을 경험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치매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5회 이상의 출산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유산 경험은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김기웅 교수는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는 임신 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최대 40배까지 올라가고, 출산 후에는 수일 만에 임신 전의 농도로 돌아오는데 갑작스러운 감소나 높은 농도의 에스트로겐은 오히려 신경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여러 번의 출산으로 이 같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뇌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비해 주로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유산은 에스트로겐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임신 첫 3달간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일어나는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뇌세포를 보호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미국의 저명 의학저널 신경학지 2018년 7월 판에 실렸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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