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일자리경제국에서 소비자 정책을 담당하는 A(53)씨는 이틀 동안 잇단 화재로 안전성 우려를 낳고 있는 BMW 차량의 지역 내 현황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그가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아무 것도 없었다. A씨는 지난 13일 인천지역에 BMW 차량이 몇 대 등록됐는지, 불이 난 차종이 몇 대 있는지 파악하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다.

소비자의 권익보호 측면에서도 BMW 차량의 현황 파악은 긴급하고도 당연한 조치였다. 현황 파악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A씨는 인천차량등록사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자료를 요청했지만 사업소 측의 답변은 의외였다.

"우리 쪽에는 그런 자료가 없는 데요." 사업소 측은 "차량등록 업무가 기초자치단체로 옮겨갔으니, 군·구에 알아보는 쪽이 낫다"고 귀띔했다.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시 교통국 소속 부서에 문의했다. 답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였다. 전산시스템에서 막바로 ‘BMW’를 입력한다고 해서 나올 자료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먼저 전산시스템에 ‘승용차’를 쳐서 자료를 출력한 뒤 또다시 ‘제조사’를 입력하고 차종별로 갈라서 문제의 ‘BMW’를 걸러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인천지역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는 91만7천여 대(2016년 기준)로,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며 손사래 쳤다. 설사 수차례의 단계를 거쳐 BMW 차량을 추린다 해도 이 차량들이 안전검사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는 게 교통국 측의 말이었다. 지난 13일 하루 종일 매달렸지만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A씨는 다음날 지름길을 선택했다. ‘차라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인천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 협조 요청하자.’ 하지만 이날 오후 6시까지 얻은 자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국토부 측에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게 보좌관들의 하소연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BMW 차량 운행정지 결정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체 대상 10만6천317대 중에서 지난 13일 24시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2만7천246대에 대해 점검명령과 함께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겠다는 내용이다.

명령서를 해당 차주에게 전달해야 하는 군·구 담당공무원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차량등록을 인천에 했다고 해서 바퀴 달린 차량이 꼭 인천에 있으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렌트를 요구하며 차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구청 관계자는 "명령서를 해당 차량에 붙일 때 수입 당시 성능시험을 통해 어떤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차주들의 저항이 충분히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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