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폭염으로 인한 농축산물 피해가 확산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농산물의 작황 부진과 가축 폐사가 잇따르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목을 앞두고 시장에 내놓을 상품 확보에 비상이 걸린 농민이나 치솟는 물가에 걱정부터 앞서는 소비자 모두 시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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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2천334.8㏊에 달한다.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사과, 포도 등 주요 과수농가의 피해가 1천105.8㏊로 가장 크다.

이들 농가는 한창 과실이 커질 시기에 열과, 낙과 등의 피해로 정상적인 출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충남 서산에서 30년째 사과농원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올해 같은 폭염 피해는 생전 처음"이라며 "봄철 개화기에는 이상 저온 현상으로 과일이 적게 달리더니, 이번엔 폭염에 죄다 색이 변하거나 상처가 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추석이 낼모레인데 시장에 내놓을 만한 사과가 전체의 20%도 넘지 못할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산지 수급량이 줄면서 과일 가격은 벌써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사과 10㎏의 도매가는 3만1천∼3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가 올랐다.

수박은 8㎏ 가격이 2만7천437원으로 평년 대비 68.8%, 전월 대비 79.5%가 올랐다.

채소류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 태백과 강릉은 출하량이 뚝 떨어져 배추 10㎏당 평균 도매가가 평년(1만500원)보다 42%(1만5천원)가량 급등했다.

폭염에 배추 속 수분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녹아버리는 꿀통 현상이 속출한 것이다.

최근 50%가량 가격이 오른 무는 이맘때면 남자 성인 팔뚝만큼은 돼야 할 뿌리가 당근 크기 정도밖에 자라지 못했고, 그나마 5개 중 1개꼴로 물렁물렁해져 먹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산지 농가의 전언이다.

수확 철에 접어든 감자의 경우는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 예년 수확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고랭지 감자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강원 평창지역의 감자 생산 농가는 3.3㎡당 10㎏은 나와야 할 감자가 올해는 5㎏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올가을까지 감자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한 가축이 급증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행안부에 지난 13일까지 집계된 가축 폐사 피해는 전국에서 544만마리에 이른다.

특히 밀집 사육 등으로 더위에 취약한 닭이 505만9천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폐사한 닭 631만9천마리의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닭의 폐사 원인이 대부분 조류인플루엔자(AI)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폭염 피해인 셈이다.

이 같은 영향에 올해 들어 안정세를 이어가던 닭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육계(중품) 1㎏당 소비자 가격은 5천190원으로 한 달 전보다 397원(8.2%) 올랐다.

올해 닭 소비자 가격이 5천원대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계 농가들이 AI 발생 이후 오랜 기간 닭을 사육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고자 지난해부터 생산량을 부쩍 늘려 가격 안정세가 이어졌지만, 최근 폭염으로 폐사가 급증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다행히 돼지(2만1천마리) 등 다른 가축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량이 많지 않아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실류나 엽채류의 폭염 피해 정도를 고려하면 공급이 부족해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추석 때까지 남은 기간 농축산물 수급 안정에 힘쓰는 한편 폭염 장기화에 따른 대처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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