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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와 비만

한기진 기자 satan@kihoilbo.co.kr 2018년 08월 16일 목요일 제10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한 친구의 몸이 엄청 불었다. 살과 근육이 적당히 있어 보기 좋았는데, 배가 고척 돔구장처럼 봉긋하게 부풀어 올랐다. 만화 캐릭터 ‘저팔계’와 닮았다. 새로 입양한 5kg의 살들이 모두 배로만 집중됐다며 너스레를 친다. 보름 여 태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다른 친구의 배도 만만치 않다. 마른 체형에 배만 볼록 나오니 더 가관이다. 7kg이나 우렁차게 불어난 배의 하향을 잔뜩 떠받치고 있는 앙상한 두 다리가 불안해 보인다. 모든 살들의 복부집중화를 실현했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준다.

 두 친구의 맛집 탐방기가 이어진다. 이들이 보낸 휴가의 공통점을 찾으니 둘 다 죽자 살자 먹고 마셔댔다는 거다. 고구마 찌는 열기로 대지를 푹푹 삶는 땡볕 아래서도,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해변에서도 줄기차게 먹고 마셔댔다. 잠시나마 더위를 달래줄 음료와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떼질 않았다.

 끊임없이 먹어대도 체중과 체지방이 유지되는 것은 세트포인트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 이론은 사람마다 정해진 체중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에너지 섭취나 소모에 변동이 있어도 어느 정도의 체중이 유지된다는 가설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체중과 체지방 조절을 담당하는 효소 ‘렙틴’이다. 우리가 휴가철 즐겨먹는 음료나 과자, 아이스크림의 첨가물에는 ‘액상과당’이 함유돼 있다. 액상과당은 바로 이 ‘렙틴’의 분비를 억제한다. 즉 배부른 것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해서 과식하게 만들어 비만을 유발한다. 또 부족한 ‘렙틴’은 뇌에 신호를 보내 에너지 소비량을 떨어뜨려 지방을 늘린다.

 현대인의 3대 질병으로 암과 비만, 우울증을 꼽는다. 한 식자는 그 중 비만과 우울증 간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비만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해서 더 먹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을 지킨다며 술 마실 때 국물 한 숟가락이라도 악착같이 먹던 노력은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으로 자신감을 읽게 되니 우울해지고, 잠시나마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단 것을 찾게 되니 살만 찌게 되고. 많은 이들 휴가의 끝이 가슴 가득 쌓인 추억과 아쉬움이 아니라 우울하기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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