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천시에 이례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북한 선수가 출전할 수도 있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탁구 올스타전을 12월 중순에 치르겠느냐"는 대한탁구협회(KTTA) 측 관계자의 요청이었다.

올스타전으로 불리는 ITTA의 그랜드 파이널 탁구대회는 20개국 50명의 선수와 지도·임원·심판 200명이 참가한다. 세계 랭킹 16위 이내의 남녀 선수가 출전해 5개 종목을 치른다. 대회를 치르는데 총 상금 100만 달러를 포함해 20억 원이 든다.

KTTA 측 요청의 골자는 전체 소요비용 중 2억 원을 투입해 인천에서 대회를 치르라는 내용이다. 9월 평양서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한선수도 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시는 북한 선수 출전 가능성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돈이 문제였다. 시는 일단 예산담당관실과 남북교류팀의 반응을 들었다. 거쳐야 하는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예산담당관실 측은 보조금 지급 예산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투융자심사위원회와 보조금심의위원회(3억 원 이상)를 거쳐 예산안을 작성한 뒤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남북교류팀은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기금을 사용해야 하는 데다가 가용예산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북한 선수와 임원단의 참가를 전제로 항공료와 체재비용 등 해당 예산은 지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 북한 선수의 출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세계 랭킹 16위 안에 드는 북한 선수가 없다. 다만, 복식이나 혼합복식의 경우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시의회 측은 북한 선수 참가를 염두해 대회 개최를 바라고 있다.

대회 개최로 인천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인천이 응집력을 보이면 예산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다. 시는 인천형 남북 교류 추진을 선언했다. 여기에는 스포츠 교류도 포함하고 있다. 시가 ITTA의 제안을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거리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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