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가 지역 성(性)소수자들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16일 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가 부당 조건을 내걸어 인천퀴어문화축제와 광장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16일 인천시 동구청 앞에서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 반려 통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희연
▲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16일 인천시 동구청 앞에서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 반려 통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희연
조직위는 다음 달 8일 예정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본보 8월 10일자 19면 보도>를 위해 지난 10일 구에 광장 사용신청서를 제출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물은 행사일로부터 30일 전부터 신고·신청이 가능하다. 당시 이들이 제출한 신청서는 절차 등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구 담당자는 지난 13일 예상보다 참여 인원이 많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예상 참여 인원은 2천여 명으로, 구는 조직위에 안전요원 300명과 주차장 100면을 확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한은 단 하루뿐인 14일까지였다.

이들의 주차장 확보를 위해 북광장 인근 공영주차장과 학교, 민영주차장, 관공서 등을 찾았지만 사전예약이 가능한 주차장은 몇대 안됐다. 결국 조직위는 하루 만에 안전요원 300명 명단을 꾸리고도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해 14일 오후 5시께 최종 반려 통보를 받았다.

조직위는 "중부경찰서에서 퍼레이드를 위한 집회신고 접수확인서를 받았고 보안요원도 확보한데다 대중교통 이용 권장을 제안했는데도 안전대책이 부족하다고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며 "이는 관련 조례나 규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당한 요구이자 사실상 퀴어축제를 방해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동구 일대에서 진행됐던 각종 행사 중 주차장을 조건으로 제시한 적은 없었다. 동인천역 북광장에서는 대표적인 화도진축제를 비롯해 각종 재능기부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행사에 주차장 기준이 제시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구는 그동안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행사는 모두 주차 등 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 주관 행사로, 민간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2천여 명 참여 행사는 이전에는 없었던 규모로, 안전대책 중 하나로 ‘교통 혼잡 방지를 위한 주차장 확보’를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화도진축제 등 구 축제에는 공무원 등이 동원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데, 처음으로 민간이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안전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며 "다만 주차장 등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이후 주민 정서나 구 방침 등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해 무조건 사용승인이 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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